목계(木鷄)
◈권혁재◈
단 한 번의 울음으로
당신 심장을 멎게 할 것 같아
횃대에 오르지 않는 닭
바람이 든 나무의 기억 때문에
펴지지 않는 날개가
자꾸만 푸드득거린다
독수리처럼 홰를 치고 싶은 본능이
하늘을 향할 때마다
울 수 없는 언어들이 목젖에 잠긴다
죽도록 날아가는 빈 날갯짓
당신에게 가는 길이 있다면
부리에 피가 나도록 싸우는
눈이 먼 투계가 되어도 좋아
몸 속 가득 당신이라는 호칭을
결결이 쌓아 놓은 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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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1965~ )평택 에서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투명인간> <잠의 나이테>가 있고
2009년 단국대학교 문학상을 수상했다.
장자(莊子)의 “목계(木鷄)”가 감정을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상대를 제압하는 최고의 ‘싸움닭’
이라면, 시인의 목계는 바로 그 나무의 감옥에 갇혀 괴로워하고 있는 닭이다. 날고 싶어도,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언어들”이 나무 안에 갇혀 있다.
“단 한 번의 울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심장을 멎게 할까봐 닭은 홰에 오르지 않는다. 그러
니 당신에게 갈 길이 없다. 당신의 이름만 몸 속 가득 쌓아 놓는다. 다만 당신의 이름만 몸 속
가득 쌓아 놓을 뿐.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6.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