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캐머런 스콧◈
장작을 자르고 힘들게 끌어당기는 사이,
시가 연기가 트럭의 운전석을 메운다.
내가 창문을 내리자 마이크가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소리친다.
저기 봐, 매야. 그는 더 소리쳤으나
나는 들을 수가 없었다.
매가 눈 덮인 들판으로 쏜살같이 곤두박질치더니
금세 들쥐 한 마리를 물고 올라왔기 때문이다.
몇 주 안에 저들도
툰드라를 향해 북쪽으로 떠날 것이다.
나의 일부분도 저들과 함께 떠나고 싶다.
트럭 바퀴는 다시 앞으로 구르고
나는 여전히 저 하늘 위 어딘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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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머런 스콧(Cameron K. Scott·1977~ )
2016년 ‘블루 라이트 북 어워드(Blue Light Book Award)’ 수상자인 캐머런 스콧은 현역
미국 시인이다. 그는 또한 소문난 낚시광이다. 낚시는 그가 자연과 소통하는 창구다. 자연
은 그의 외부가 아니라 일부다.
눈 덮인 들판을 수직으로 하강했다가 다시 창공으로 치고 오르는 매의 동작은 서슬 푸른
결기를 보여준다. 툰드라의 추위조차 압도하는 매의 고독한 위용은 어느새 시인의 일부가
됐다. 그가 툰드라에 함께 가고 싶은 이유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6.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