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편대
◈정수자◈
허공을 찢으며 우는 기러기떼 발톱이여
멀건 국물에 뜬 노숙의 눈발들이여
한평생 오금이 저릴 저 강변의 아파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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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자=(1957∼ )경기도 용인 출생
1984년 세종대왕숭모네 전국시조백일장 장원 등단
아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대학원 졸업(문학박사)
시집 『허공 우물』,『저녁의 뒷모습』,『저물 녘 길을 떠나다』
중앙시조대상, 이영도시조문학상, 한국시조작품상 등 수상
누군가는 슬피 울며 유랑의 길을 간다. 누군가는 “멀건 국물”밖에 없는 부랑의 삶을 산다.
유랑의 삶과 나란히 정처(定處)의 삶(“강변의 아파트”)도 있다. 눈발이 쏟아져 더욱 궁핍
해진 유랑의 삶 곁에서 정처의 삶은 “오금”이 저린다.
민망하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이 동일한 시공(時空)을 지나가는 “슬픈
편대”. 그러나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이 슬픈 그림을 따뜻하게 덥힌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6.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