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사리
◈박순호◈
바위 하나 굴러 떨어졌네
각으로 세워졌던 삶이
강바닥을 떠돌면서
파도에 휩쓸리면서
바람이 베어가고
햇살이 파내가고
다 내어준 뒤
바위의 몸에서 뭇별 같은 모래알
사리가 쏟아져 나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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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호=(1973~ ) 전북 고창에서 출생
2001년 '문학마을'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
시집으로 '다시 신발끈을 묶고 싶다', '무전을 받다',
'헛된 슬픔' 등이 있다. 그는 건축을 전공한 시인이다.
그래서 그의 시를 읽다보면 건설현장을 무대로 삶을
지탱해 나가는 끈끈한 생명들의 호흡을 느낄 수 있다.
그러한 호흡은 곧 노동현장에서만 감지할 수 있는 사회의
그늘진, 노동자들의 그늘진 삶의 단면이다.
“사리”는 응집이 아니라 해체를 향해 있다. 이런 의미에서 사리는 에로스가 아니라 타나토
스(죽음 본능)의 결과다. 바위는 끌어모으지 않고 (강바닥과 파도, 바람과 햇살에게) “다
내어준”다. 자신을 해체하여 무수한 “뭇별”을 만드는 이 놀라운 ‘사건’(알랭 바디우). 타나
토스는 결국 에로스의 다른 이름이었던 것이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6.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