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나태주▣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속에 시 하나 싹텄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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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1945~ )충남 서천 출생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대숲 아래서」
「누님의 가을」「딸을 위하여」「풀잎 속 작은 길」「아버지를
찾습니다」「그대 지키는 나의 등불」「추억이 손짓하거든」
「막동리 소묘」「굴뚝각시」「슬픔에 손목 잡혀」「섬을 건너다
보는 자리」등, 흙의문학상, 충청남도문화상, 현대불교문학상,
박용래문학상 시와시학상, 편운문학상등을 수상.
이 시를 읽고 난 후에는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움직임에 대해 사소한 일이라고 말할 수
없게 될 것 같다. 모래의 낱 알갱이가 구르는 일도, 한 번의 물결이 일어나는 일도, 한 자락
의 바람이 동쪽으로 불어가는 일도 예사의 일이 아니다. 몸과 마음이 하는 동작은 미묘한 변
화 이상을 만들어낸다.
마당을 쓸면 지구의 한 모서리가 말끔해진다. 꽃이 피어서 지구의 한구석이 곱고 환해진다.
속마음으로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순간 지구의 왼쪽 가슴이 설렌다. 우리들 내면의 토양에
시의 한 구절이, 시상(詩想)의 한 싹이 파릇파릇 새로 돋아나올 때 지구는 하나의 꽃밭처럼
산뜻해진다. 좋은 씨앗을 뿌리면 좋은 열매를 얻는다. 말 한마디도 허투루 하지 말 일이다.
아무렇게나, 되는대로 해도 좋은 일은 없기 때문이다.
문태준 시인 [가슴으로 읽는 시]
Chosun.com/2016.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