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가는 것들은 없다
◈송경동◈
몇 번이나 세월에게 속아보니
요령이 생긴다 내가 너무
오래 산 계절이라 생각될 때
그때가 가장 여린 초록
바늘귀만 한 출구도 안 보인다고
포기하고 싶을 때, 매번 등 뒤에
다른 광야의 세계가 다가와 있었다
두 번 다시는 속지 말자
그만 생을 꺾어버리고 싶을 때
그때가 가장 아름답게 피어나보라는
여름의 시간 기회의 시간
사랑은 한 번도 늙은 채 오지 않고
단 하루가 남았더라도
우린 다시 진실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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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동=(1967~ )전남 벌교에서 출생
2001년 『실천문학』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
구로노동자문학회와 전국노동자문학연대에서 활동
시집 『꿀잠』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산문집 『꿈꾸는
자 잡혀간다』를 냈으며, 제12회 천상병시문학상과
제6회 김진균상, 제29회 신동엽창작상 등을 수상했다
묵은 시간은 없다. 늙은 채 오는 시간도 없다. 매 순간 시간은 샘처럼 솟아 나온다. 매 순간
시간의 꽃봉오리는 피어난다. 그래서 한 시인은 "어느 땅에 늙은 꽃이 있으랴/ 꽃의 생애는
순간이다"라고 노래했다.
우리가 사는 매 순간은 맨 처음이며 우리는 매일매일 여린 초록과도 같은 아침을 맞는다. 아
침에는 우리에게 큰 가능성이 열려 있다. 우리는 아침에 여러 갈래로 갈린 길 위에 선다. 그
래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 또한 많다.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을 때 더 큰 희망의 세계로의 출로가 열린다. 밤의 시간에 낮은
이미 시작된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의욕,
그리고 광야와도 같은 담대한 정신이다.
문태준 시인 [가슴으로 읽는 시]
Chosun.com/2016.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