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국-그늘의 내부
◈안 민◈
한 걸음 물러서 주시기 바랍니다
틈새로 먼저 당도하는 짙은 바람
고립된 곳에서 태어난 아이,
울음이 선로를 서성이고 병인病人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어딘가로 실려 간다
규칙적으로 당도하고 출발하는 조각난 음률들,
먼 미래와 가까운 과거가 착란처럼 엉켜 흐른다
계절은 예고 없이 삭제되고
지하를 견디며 생을 가늠했을 날들,
깨어진 유리처럼 위태했겠지
더 깊은 구간으로 지하가 무너지던 지대,
젖은 잎들이 흩날린다
구절역에선 들꽃이 피어나고 있을 텐데
습기를 머금은 구간,
배후들은 불순한 심장을 가리고
야윈 그림자 한 장만이
먼 행성을 향해 떠가는 게 보인다 흐린 잎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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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본명: 안병호)경남 김해 출생.
2010년 '불교신문'신춘문예 등단.
2013년 제2회 웹진 《시인광장》 신인상 당선.
부산작가회의 회원.
<시작노트>
구의역에서 채 피어나지도 못한 어린 생이 떠나갔다. 인간의 탐욕이 고안한 자본주의라
는 제도가 참으로 가혹하다. 내일을 희망했을 그 어린 생을 생각하면 왼쪽 가슴이 자꾸만
결려온다.
kookje.co.kr/2016-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