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과
◈안명옥◈
땅의 살이 굳어지면
길이 된다
많이 밟힐수록
좋은 길이 된다
어머닌 굳은 손으로
뜨거운 냄비를 덥석 집어 올리나
난 아직 뜨거운 밥그릇 하나 들지 못한다
굳는다는 건
수많은 길들이 내 안으로 천천히 들어오는 것
책상 위 모과가 굳어가면서
향기가 더 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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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옥=(1964~ )경기도 화성에서 출생.
성균관대학교 중어중문학과 졸업,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석사수학,
2002년도 시와시학 전국신춘문예 공모로 시 당선. 성균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서사시집 『소서노(召西奴』(문학의 전당, 2005)와 『칼』(천년
의시작, 2008)이 있음. 현재 고양예술고등학교 문창과 전문교사 재직 中.
굳은 길에는 얼마나 많은 것이 밟혔으며, 얼마나 많은 고통이 지층(地層)으로 내려앉았을까.
얼마나 많은 길이 갈등 끝에 하나로 모였을까. “모과”는 왜 굳어서 죽어가면서 깊은 향기를
내뿜을까.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6.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