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제 손맛 어때요?
◈장인수◈
민수 녀석이
볼따귀가 벌게서 등교했다.
“아버지가 또 때렸냐?”
“손맛이 맵냐?”
녀석은 대꾸를 하지 않는다.
“오늘 저녁에 김치찌개 끓여라.”
녀석에게 만 원을 건넨다.
한사코 받지 않는다.
“나중에 이자 쳐서 갚아라.
김치찌개 끓여서
아버지 술 한 잔 따라 드려라.
아버지, 제 손맛 어때요?”
라고 꼭 여쭤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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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수=(1968~ )충북 진천 출생,
고려대학교 국어교육과 졸업, 2003년 《시인세계》등단,
2006년 첫시집 『유리창』,『온순한 뿔』.
현재 중산고등학교 교사, 웹월간詩 《젊은시인들》편집위원
우리는 미래가 두려워 아이를 낳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 경쟁에서 지는 자식을 용서하
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시 속의 “민수”는 무슨 일로 아버지에게 얻어맞았을까.
민수의 선생님은 그 매운 손맛을, 김치찌개를 끓여 술 한 잔 따라 드리는 다른 “손맛”으로
갚으라고 한다. 선생님의 사랑을, “이자 쳐서” 갚고 싶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6.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