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신미나◈
불이 잘 안 붙네
형부는 번개탄 피우느라 눈이 맵고
오빠는 솥뚜껑 뒤집어 철수세미로 문지르고
고기 더 없냐 쌈장 어딨냐
돗자리 깔아라
상추 씻고 마늘 까고 기름장 내올 때
핏물이 살짝 밸 때 뒤집어야 안 질기지
그럼 잘하는 사람이 굽든가
언니가 소리 나게 집게를 내려놓을 때
장모님도 얼른 드세요
차돌박이에서 기름 뚝뚝 떨어질 때
소주 없냐 글라스 내와라
아버지가 소리칠 때 이 집 잔치한댜
미희 엄마가 머릿수건으로
탑새기를 탁탁 털며 마당에 들어설 때
달아오른 솥뚜껑 위로 치익 떨어지는 빗방울
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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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나=(1978~ )충남 청양에서 출생.
200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부레옥잠〉이 당선되어 등단.
시집 《싱고, 라고 불렀다》를 펴냈다.
현재 강릉대학 교육대학원에 재학 中
형부는 처갓집에 오고, 언니는 친정에 오고, 오빠도 약속 미루고, 아버지 소주잔 찾고, 어머
니 자식들 모인 것만으로도 흥그럽다. 눈 맵고, 손 뜨겁고, 고기 타고, 떠들썩할 때 이웃까지
들어서니 여름 잔치 제대로다.
변덕스런 구름이 소나기 한 줄금 뿌려도 흥을 아주 깰 수는 없을 것이다. 처마 밑 마루에 웅
기중기 모여 제가끔 살아온 시간의 실타래를 서리서리 늘어놓을 것이다. 아슬아슬 제 삶의
줄을 타던 광대들이 서로를 위무하고, 자신을 돌아보며, 마음 다잡을 것이다.
<시인 반칠환> [시로 여는 수요일]
hankooki.com/2016-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