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수 없는 고향
◈민 영◈
여기서 북쪽으로 눈을 돌리면
육십년 전에 떠나온
고향 마을이 보인다.
불에 타 허물어진 돌담 곁에
접시꽃 한 송이가
빨갛게 피어 있다.
얘들아, 다 어디 있니,
밥은 먹었니,
아프지는 않니?
보고 싶구나!
- 민영作 <비무장지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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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영=1934년 강원도 철원에서 출생
1959년 <현대문학>에 미당 서정주의 추천으로 작품활동을 시작
시집 <단장><용인 지나는 길에><냉이를 캐며><엉겅퀴꽃><바람
부는 날><유사를 바라보며><해지기 전의 사랑> <민족문학작가
회의><자유실천문인협회의회> 고문 시인 신경림 정희성 등과 함께
<민요연구회>를 창립 <한국문학평론가협회상> <만해문학상>을
수상 지금 <민족문학작가회의> 고문을 맡고 있다
■ 80대 실향민 시인의 시다. 부초처럼 생의 거처를 옮겨 다녀야 했던 시인에게 '갈 수 없는
고향'은 세월이 흐를수록 오히려 더 또렷해지기만 한다. 좀 잊혔으면 하지만 그게 잘 안 된
다. 허물어진 돌담 곁 접시꽃 색깔도 점점 더 진해지기만 한다. 함께 뛰어놀던 친구들의 기
억도 더 선명해진다.
그 시절 친구들이 바로 옆에 있는 듯 시인은 묻는다. 밥은 먹었냐고, 아픈 데는 없냐고….
가슴이 아프다. 너무나 소박하고 단출한 두 마디 질문에 콧날이 시큰해진다. 그 질문을 던
지고 싶었던 세월은 이제 너무나 많이 흘러가 버렸다.
야속하게도 그 질문들은 아직 실향민 시인의 원고지에 머물러 있다. 밥은 먹었는지, 아픈
데는 없는지 어린시절 친구들에게 물어볼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한가. 분단은 여전
히 살아 있는 역사이자 상흔이다. 슬프지만 말이다.
[허연 문화부장 (시인)] [시가 있는 월요일]
mk.co.kr/2016.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