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동 측백수림
◈리강룡◈
천 살을 묵었다 카네 저 빼빼한 나무들이
험한 바우 틈서리 비집고 들어 앉아
안즉도 청청한 웃음 웃고 있다 아이가
서거정 큰 선생도 저들을 봤다 카제
북벽향림(北壁香林)이라 참한 이름도 지어주고
달구벌 십경 중에서 으뜸이라 카시다
나무도 천 년쯤은 비바람을 맞고 나면
안으로 뼈를 녹여 은은한 향을 짓는갑다
두둥실 달뜨는 밤이면 한 채 피리로 사는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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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강룡=(1945~ )1983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등단.
현대시조문학상, 대구시조문학상, 나래시조문학상 외,
시집; 『한지창에 고인 달빛 』외 3권 수필집 2권, 평론집 1권
외 논문집 등. 경북중등문예교육회장, 경북중등교육협의회장,
경북외국어고등학교장 역임 외. 현재 <중부신문> 논설위원
측백수림은 대구시 도동에 있는 측백나무 숲이다. 대한민국 천연기념물 제1호다. 1200여
그루 나무가 모여 이루는 울울한 숲이니 '천 년쯤' 비바람쯤 다 맞아온 측백의 왕국이다.
'천 살'이라니, 웬만한 생명으로는 가당키나 한 세월인가. 그런데 측백나무는 아직도 청청
히 서서 '달구벌'을 지키고 있다.
대구 특유의 뻣센 자존심처럼 사투리로 전하는 측백수림 기개가 새삼 하늘을 찌른다. 하긴
조선 초 대학자 서거정의 '북벽향림(北壁香林)' 상찬도 둘렀겠다, 이름만큼 향은 깊어가겠
다, '청청한 웃음'쯤 우쭐거려도 좋으리라. 그런 측백나무 숲이라도 보면 기운이 좀 솟을까
싶게 지쳐가는 더위 속이다. 폭염 지수 날로 솟는 달구벌에서는 더욱 그럴 듯.
정수자 시조시인[가슴으로 읽는 시조]
Chosun.com/2016.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