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terday - Giovanni Marradi
신 화
◈이성선◈
아이가 가재를 잡으려고
저녁 산골 개울에서 돌을 뒤집었다
돌 밑에서 가재가 아니라
달이 몸을 일으켰다
일어난 달은 아이를 삼키고
집채보다 더 크게 자라서
동구 밖에 섰다.
달의 뱃속에 지금 아이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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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선(李聖善)=(1941~2001) 강원 고성 출생
1970년 문화비평에 [시인의 병풍]외 4편을 발표,
시집 [시인의 병풍(屛風)][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
[산시].. 1990년 한국시인협회상, 1994년 정지용문학상,
1996년 시와시학상 수상
신화는 언어가 만들어낸 상상의 세계다. 그러므로 본질적인 의미에서 “신화는 언어다.”
(롤랑 바르트) 신화(언어)는 실제를 넘어 새로운 실제를 만들고 실제를 되비춘다. 신화는
이렇게 세계를 중층화(中層化)한다. 보라, 가재 잡는 아이를 삼켜 자신의 뱃속에 넣은 달
의 힘을. 그것을 만든 언어의 힘을. 신화는 헐벗은 세계에 의미의 풍요를 선사한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6.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