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이
◈강경호◈
뿌리 드러낸 고목처럼
하나 남은 아버지의 이,
우리 가족이 씹지 못할 것 씹어주고
호두알처럼 딱딱한 생 씹어 삼키기도 했던
썩은 이 하나가
아직도 씹을 무엇이 있는지
정신을 놓아버린 채 든 잠 속에서도
쓸쓸하게 버티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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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호=(1958~)전남 함평 출생
조선대 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현대시학》등단(1997) 시집『언제나 그리운 메아리』,『알타미라
동굴에 벽화를 그리는 사람』,『함부로 성호를 긋다』,『휘파람을 부는 개』
연구서『최석두 시 연구』평론집 (문학)『휴머니즘 구현의 미학』, (미술)
『영혼과 형식』기행에세이집『다시, 화순에 가고 싶다』
《시와사람》창간(1996)·발행인·주간 광주·전남현대문학연구소장
프랑스 시인 스테판 말라르메는 모든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육체는 슬프다”고 말했다. 숭고
한 사상과 지혜의 배후에도 늘 몸이 있다. 몸은 사상의 높이와 무관하게 평생 먹을 것을 찾
아 헤맨다. 이 ‘형이하학’이 때로 우리를 슬프게 한다.
보라. 우리는 하루 종일 그리고 온 생애, 먹을 것을 찾아 헤맸을 뿐이다. 마지막 하나 남은
“아버지의 이”는 생계의 짐을 덜 수 없었던 자의 “외롭고 높고 쓸쓸한”(백석) 분투(奮鬪)의
비문(碑文)이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6.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