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아리랑
◈전윤호◈
사람들은 사랑을 잃고 동해로 온다지만
난 동해에서 사랑을 놓쳤지
소금 사러 시장 간 사이
그녀는 사라져 버렸네
흥정을 위해 막걸리 몇 잔 낭비한 사이
파도에 취해 몇 번 쉬는 사이
봇짐을 간수하던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
백봉령 넘어 백 리 길
구비마다 잰걸음으로 재촉하더니
어느 날쌘 파도를 타고 떠났을까
서러운 소금 한 섬 지게에 얹고
혼자 돌아가네 천 리 길
검은 산 물 밑에 꽃이 지네
아라리요 아라리요
인생은 잃어버려야 철이 든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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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호=(1964~ )강원도 정선에서 출생.
동국대 사학과를 졸업. 1991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이제 아내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 『순수의 시대』
등과 그외 저서로서는 『우리가 만난 어린왕자』등이 있음.
2002년도 시와 시학상을 수상.
힘든 밥벌이 와중에 잃은 사랑은 더욱 서럽다. 대부분의 민요가 슬픔의 서사(敍事)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소금 사러 간 “백 리 길”이 사랑을 잃고 돌아오려니 “천 리 길”이 됐다. 소금
때문에 사랑을 잃었으나 ‘웬수’인 그 소금을 지고 돌아온다. 생계가 사랑보다 무겁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6.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