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것은 상처를 만든다
◈우은진◈
1
외할머니 장롱 속에 쌓여 있는 새 옷들이
슬픔을 다시금 상류로 끌어왔다,
몇 년 전 이웃에서 옮겨온 한 벌마저 새뜻해서
스웨터와 셔츠들이 멀끔한 모습으로
노인들의 손에 들려
또 뿔뿔이 떠나갔다,
앞으로 더 많은 임종을 지키려고 하는 듯이
2
당신 없는 낯선 날을 욱여 신고 다닐 동안
내 발에는 물집들이 생겨나고 터졌다
엄마의
화사한 스카프도
무두질을 계속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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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은진=1984년 경남 창원 출생
2005년 '경남문학' 시조 등단.
2008년 '화중련' 신인작품상(시조 부문) 수상.
2013년 '서정과 현실' 신인작품상(평론 부문) 수상
(균형의 미학으로 빚어낸 시조의 현대성-조운론-)
〈시작노트〉
당신의 지문과 생명이 닳아가는 동안 당신이 아끼던 옷은 새 것인 채로 남아 있었다. 옷뿐만
이 아니라, 당신의 삶에서 정말 당신의 것이었던 것이 있었던가.이 시간이 당신이 남긴 쓰라
린 새 것인 것만 같다.
kookje.co.kr/201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