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도·15- 적소(謫所)
◈서관호◈
고향땅 돌아보면 유배객이 떠오른다
섬 기슭 외딴 집은 그 옛날 적소인 듯
밤이면 뽀얀 등불이 애간장을 녹인다.
사람은 누구나가 더불어서 산다지만
진정으로 사는 것은 혼자서 사는 거다
만들던 자기 그릇을 완성하며 사는 것.
낮은 집, 작은 방에 노인 하나, 찻잔 하나
진종일 마주보니 푸념도 잊었는가
추억만 흥건히 내려 구운몽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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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관호=경남 남해 출생,
2002년<현대시조>, <문예시대>(수필)로 등단.
어린이시조나라' 발행인. 시조집 '저만치, 아직 저만치'
작품집 <물봉선 피는 마을>, <세월은 강물처럼> 등,
한국문화방송 시조장원, 문예시대 작가상(시조부문)수상,
현재 양산시 황상초등학교에서 시조 지도하고 있음.
<시작노트>
생각의 주마등을 켠다. '남해 - 유배지 - 서포 김만중 - 어머니 - 구운몽'. 섬 기슭에 엎드린
내 모습과 겹친다. 지금, 서포가 구운몽을 읽어주는 것 같고, 내 아들이 읽어주는 것도 같은
환상에 빠진다. 일흔 나이, 아직도 불쑥불쑥 솟구치는 기상을 눌러보려 찻물에 입술을 축여
가며 달관을 꿈꾼다. 그냥 서포 같은 최후를 주문(呪文)하고 있는 것이다.
kookje.co.kr/2016-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