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착된 생각
◈에이미 로웰◈
너무 계속 자라는 한 가지 생각 안에는
고문(拷問) 같은 고통이 숨어 있지,
아무리 다정하고 아무리 반가워도,
내 지친 마음은 그 생각 때문에 더 아픈 거야.
길들여진 둔한 기억은 끊임없이 계속 기억하지,
찾지도 않은 오래된 기쁨은
우리와 함께 있지만 알게 되지,
되풀이되는 모든 기쁨은
단지 습관이 된 정제된 고통일 뿐임을,
우리는 벗어나려 애쓰지만 다시 사로잡히지.
당신은 마치 둥지 위에서처럼 내 가슴 위에 누워 있지,
평화롭게 팔짱 낀 채, 그러나 당신은 결코 알 수 없어,
내 삶 위에 당신이 무겁게 쉬고 있을 때,
내가 얼마나 큰 고통으로 바스러지는지.
난 당신을 너무 사랑해,
당신은 당연히 날 찾아 나의 자유를 구속하지.
제발 날 불쌍히 여겨 처진 날개를 들고 떠나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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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 로웰=(Amy Lowell·1874~1925) 미국 매사추세츠 주
브루클린 출신의 시인, 번역가, 전기 작가 및 비평가 시집
<다색 유리의 둥근 지붕>(A Dome of Many-Coloured Glass,
1912)에 이어, <칼날과 양귀비 씨앗>(Sword Blades and Poppy
Seed, 1914),『캔 대공의 성??(Can Grande’s Castle, 1918),『부유하는
세계의 영상들>(Pictures of the Floating World, 1919),『전설>
강박적인 기억은 욕망이 특정한 대상에 고착된 상태를 의미한다. 사랑은 이런 의미에서 일종
의 신경증(neurosis)이고 벗어나기 힘든 감옥이다. 그래도 사랑을 피할 길이 없으니, 이제는
기억 속에만 남은 연인이여, 제발 “날개를 들고” 떠나다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6.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