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의 은혜
◈유안진◈
너, 몇 살이지? 15살요
엄마께서는요? 저도 15살이에요
농담도 잘 하시네요
아뇨, 저는 얘를 낳고 엄마로 태어났거든요
얘 아빠도 그렇대요
그렇지, 부모는 자식이 낳아 키워주지
평생이 걸리지만 부모로 키워주지
서로를 낳아 키우지
닭과 달걀처럼
말과 침묵처럼
밤과 낮처럼
손자 덕에 할머니로 태어나 자라는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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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진=(1941~ )경북 안동에서 출생.
1965년 박목월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시단에 등단. 1970년 첫시집 『달하』를 간행한 이후
『물로 바람으로』(1975) 『월령가 쑥대머리>(1990),
<봄비 한 주머니>(2000) 등 10여 권의 시집과 시선집을 출간
한국펜문학상(1996), 정지용문학상(1998), 월탄문학상(2000)
등을 수상.
저런, 엄마와 자식이 동갑이구나! 닭이 달걀을 낳고, 달걀이 닭을 낳는 것은 일찍이 알았지
만, 자식이 부모를 낳는 건 왜 몰랐을까? 서로가 서로를 낳으니 해와 달처럼, 남과 여처럼
서로 빚지고 서로 갚는 시간의 둥근 고리가 평등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