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3
◈전원책◈
이제 무엇이든 공중으로 떨어뜨려보는 일,
나뭇잎 돌멩이 새떼와 음악音樂 따위들을
기억 속에 감추거나 연기煙氣처럼
태연히 사라지게 하는 일,
혹은 키 큰 나뭇가지 끝에 매달려
나뭇잎은 나뭇잎대로 돌멩이는 돌멩이대로
새떼와 음악들을 다 그들대로
울게 하는 일들이 그리 만만하지 않다
그런 별것 아닌 것들을 버려두는 일이
밤새 전쟁 같다.
창밖에 北岳을 내다놓고
너는 산이다 외는 일조차 유별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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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책=(全元策1955~)울산에서 출생 부산고등학교 졸업
1979년 경희대학교 법과대학 법률학과 졸업. 중령으로 예편한
장교 출신 1977년 제2회 백만원고료 한국문학신인상을 연작시
'동해단장(東海斷章)'으로 수상하여 문단에 등단 199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박두진, 조병화의 심사로 시 '나무를 꿈꾸며'가 당선
되어 재등단 저서;<바다도 비에 젖는다><자유의 적들><진실의
적들><전원책의 신군주론><잡초와 우상>
# ‘가장 나쁜 병은 나병도 아니고 결핵도 아니다. 아무도 존경하지 않고 아무도 사랑해주지
않고, 배척받고 있다는 느낌이 가장 나쁜 것이’라는 마더 테레사(Mother Teresa)의 전언은
여전히 우리의 삶에 적용된다. 사람들에겐 왕따를 당하지 않고 ‘주류’에 끼고 싶어 하는 욕
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존재인 사람들은 소외당하고 고립되는 것을 두려워하기에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어
떤 의견이 커지고 어떤 의견이 줄어드는지, 환경을 주의 깊게 살피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
다. 만약 자신의 견해가 다수의 지지를 얻고 있다고 생각되면 공개적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하지만, 지지기반을 잃고 있다고 판단되면 의견을 감추고 침묵한다.
이때 가장 영향력 있게 작동하는 여론은 ‘획일화의 압력’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여론이 자신
의 의견과 다른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고 느끼면 침묵하는 경향을 가지게 되기 때문에, 결과
적으로 ‘소수에 속하는 사람들이 침묵하면 침묵할수록 소수의 관점은 더욱 소수로 느껴지게
되고 사람들은 더욱 침묵하게 된다’는 것이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생각 때문에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동조압력(Peer pressure)을 가
할 때, 비록 소수의견이지만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자
신을 제외한 다른 사람 모두가 정답과는 다른 대답에 만장일치를 했을 때, 마치 자신이 비합
리적인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어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당당히 맞서 저항한
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것이다.
“키 큰 나뭇가지 끝에 매달려 나뭇잎/은 나뭇잎대로 돌멩이는 돌멩이대로 새떼와 음악들을
다 그들/대로 울게 하는 일들이 그리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 것이다. 다수집
단의 영향력에 굴복하여 그 집단의 의견에 편승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아무리 옳은
의견이라 하여도 “별것 아닌 것들을 버려두는 일이 밤새 전쟁 같”을 수 있으며, “창/밖에 北
岳을 내다놓고 너는 산이다 외는 일조차 유별난 것이”되는 것이다.
‘침묵의 나선(spiral of silence)'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고립에 대한 두려움’, ‘여론 분위기
에 대한 지각’, ‘침묵하거나, 혹은 거리낌 없이 말하고자하는 의지’중에서 특히 ‘의견의 공개
적 표명의지’가 중요한 요인이 된다. 자신이 생각하는 바가 비록 소수의견이라 하더라도 타
인들 앞에서 솔직히 말할 의지가 있는지, 그냥 침묵하고 말건지, 그리고 솔직하게 말 하겠다
는 그 의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무엇인가를 파악하고, 행동하기 전에 자신을 “반성”
해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