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농담
◈김병준◈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봄날이면 좋겠어
뻐꾸기 울어대는 봄산골이면 좋겠어
마루가 있는 외딴 집이면 좋겠어
명자바람 부는 마당에는
앵두화 속절없이 벙글고
따스한 햇살 홑청처럼 깔린 마루에는
돌쩌귀 맞댄 아랫도리 염불 나고
뼈꾸기 소리인지
곰팡이 슨 목울대 소리인지
울리는 소리인지 모를
신음소리에 놀라
장독대 옆 누렁이는 멀뚱멀뚱 쳐다보고
그대로 마루에 벌렁 누워
늘어지게 낮잠 자면 좋겠어
그렇게
가벼운 농담처럼 사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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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1956~ )
깊은 말이 세상을 망친다. 공자는 ‘정치(政治)’라 했다. 이 말은 말을 바르게 쓰고 태산과 물
을 잘 다스리라는 것이지만, 그것은 중국적 사유이고, ‘가벼운 농담’이 가볍지 않게 저 자신
을 쏘고 있다. 농담이 이 세계를 바꾸자 하면 깊은 진담이 필요하다. 그렇게 사흘을 자고 나
면 나는 바뀔 것인가, 어려운 질문을 쉽게 던진다. 가벼운 ‘농담’의 힘이다.
<백인덕·시인>
joins.com/2016.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