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loved - Michael Hoppe
사라진 것들
◈한 강◈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한강作 <어느 늦은저녁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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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1970∼ )광주 출생 1993년 계간 '문학과
사회'에 시가,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 산문집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2007)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등이 있다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 작가 한강은 시인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그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에 수록된 시편이다. 단순하면서도 아주 경건한 시다.
시인은 금방 퍼 담은 밥에서 올라오는 김을 바라보며 사라져간 것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깨닫는다. 모락모락 나는 김처럼 무엇인가는 흔적없이 떠났고, 지금 이 순간도 떠나가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 매력적인 밥상 앞에서의 사색이다. 혼령처럼 하늘로 떠나는 김이 그렇듯 사라진 것
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무엇인가 떠나가는 이 순간에도 나는 밥을 먹는다. 삶
은 또 그렇게 무심해서 위대하다. 자꾸만 다시 읽게 되는 시다.
[허연 문화전문기자·시인][시가 있는 월요일]
mk.co.kr/2016.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