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앞에서
◈박목월◈
나는 우리 신규가
젤 예뻐.
아암, 문규도 예쁘지.
밥 많이 먹는 애가
아버진 젤 예뻐.
낼은 아빠 돈 벌어가지고
이만큼 선물을
사갖고 오마.
이만큼 벌린 팔에 한 아름
비가 변한 눈 오는 공간.
무슨 짓으로 돈을 벌까.
그것은 내일에 걱정할 일.
이만큼 벌린 팔에 한 아름
그것은 아버지의 사랑의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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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목월=(1916~78) 경상북도 경주에서 출생
1933년 대구계성중학교 재학 중 동시 「통딱딱 통딱딱」이
《어린이》지에,「제비맞이」가 《신가정》지에 당선되었다.
『경상도의 가랑잎』(1968)과 『무순』(1976), 『크고 부드러운 손』
(1979, 유고시집) 등 나중에 쓴 작품들은 점점 나라의 역사적,
사회적 현실로 확대되고 생각의 깊이도 더욱 깊어졌다.
또한 월간지 《아동》,《심상》 등을 간행하였고,
아시아 자유문학상(1955), 대한민국 문학상(1968),
서울시 문화상(1969), 국민훈장 모란장(1972) 상 등을 받았다
목월 선생의 시는, 너무나 좋다. 왜 좋은 것일까. 그의 시는 날카롭지 않아서 좋다. 있는 척,
잘난 척하지 않아서 좋다. 시인의 작품들 가운데 ‘크고 부드러운 손’이라는 시가 있는데, 이
제목이 박목월 시인을 표현하기에 딱 적절해 보인다. 크고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따뜻하고
두툼한 손. 우리는 이 손을 잘 알고 있다.
그것은 내 아버지의 손이고, 이 시대 가장 아버지다운 아버지들의 손이다. 다시 말해, 시인
의 시를 읽으면 아버지의 다정하고 굵은 육성을 들을 수 있다. 그러니 그의 시가 좋지 않을
수 없다.한 가정의 가난한 저녁 밥상 앞에 아버지가 돌아와 함께 앉았다. 강아지같이 옹기종
기한 아이들은 없는 반찬에도 밥을 잘 먹어 준다.
그 모양이 고맙고 예뻐 아버지는 내내 바라보고 있다. 소박한 밥상을 벌어온 것이 아버지의
최선인데, 아이들은 선물을 이만큼 사 달라고 어리광을 부린다. 사실 가난한 시인 아버지는
사랑밖에 줄 것이 없다. 그렇지만 “오냐, 사다 주마”라고 약속을 한다.
지키지 못할 약속을 안고 돌아서는 아버지는 너무나 인간적이다. 신이여, 저는 왜 이리 무능
하고도 보잘것없습니까. 이렇게 짠한 모습으로 아버지는 뒤돌아서서 신을 부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장면에서 저 아버지는 세상 가장 큰 사람으로 보인다. 이러니 목월 선생
의 시가, 또는 저 아버지가 좋지 않을 수 없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dongA.com/2016-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