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표 찍는 그날
◈황규관◈
어쩌면 우리는
마침표 하나 찍기 위해 사는지 모른다
삶이 온갖 잔가지를 뻗어
돌아갈 곳마저 배신했을 때
가슴 깊은 곳에서 꿈틀대는 건
작은 마침표 하나다
그렇지, 마침표 하나면 되는데
지금껏 무얼 바라고 주저앉고
또 울었을까
소멸이 아니라
소멸마저 태우는 마침표 하나
비문도 미문도
결국 한 번은 찍어야 할 마지막이 있는 것,
다음 문장은 그 뜨거운 심연부터다
아무리 비루한 삶에게도
마침표 하나,
이것만은 빛나는 희망이다
-황규관 作 <마침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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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관=1968년 전북 전주에서 출생.
1993년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철산동 우체국』와『물은 제 길을 간다』
『패배는 나의 힘』『태풍을 기다리는 시간』이 있음.
현재, 도서출판 '삶창' 대표를 맡고 있다.
■ 의미심장한 시다. 누구에게나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날이 온다. 살아 있는 누구도 마침
표를 찍은 사람은 아직 없다. 누구에게나 신비롭고 위대한 마침표의 순간이 남겨져 있을 뿐.
살아서 행복했던 사람도, 살아서 불행했던 사람도 결국 마침표를 찍으며 마지막과 조우한
다. 부와 권력을 가졌던 사람도, 주목받는 생이 아니었던 사람도 결국 마침표와 마주해야
한다. 그것이 인간이고 그것이 생이다.
마침표를 찍기 전 우리는 모두 길 위에 있을 뿐이다. 마침표를 남겨놓은 자. 그 누구도 큰소
리치지 마라. 겸손하라. 시인은 말한다. 마침표가 남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희망이고….
멋진 시다.
[허연 문화전문기자(시인)]
mk.co.kr/2016.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