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운 시간
◈윌리엄 헨리 데이비스◈
만일 근심에 가득 차,
서서 응시할 시간이 없다면
이게 도대체 무슨 인생인가.
나뭇가지 아래 서서
양이나 소들처럼
오래 응시할 시간이 없다면.
숲을 지나며, 다람쥐들이 풀밭에
나무 열매를 숨기는 것을
볼 시간이 없다면.
백주대낮에도, 밤하늘처럼
별들로 가득 찬
시냇물을 볼 시간이 없다면.
미의 여신의 시선에 뒤돌아서서,
그녀의 발이 어떻게 춤을 추는지
볼 시간이 없다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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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헨리 데이비스=(1871~1940)
충분한 여가가 노동생산성을 높인다는 말도 있지만, 일자리가 없어서 노동을 못하는 사람
도 있다. 생계의 근심이 우리를 노동기계로 만든다. 백주대낮에 “별들로 가득 찬 시냇물”
을 오래 쳐다본 지가 도대체 언제인가. 보지 않은, 혹은 보지 못한 세계는 없는 세계나 마
찬가지다. 노동기계가 세계를 지우고 일만 남긴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6.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