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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이 지났습니다. 그런 날이면 눈에 띄게 마련인 꽃장수에게 으레 싼 것 으로 골라 사서 제 위안 삼아 찾아가던 어머니는 이제 아주 그 꽃에게로 가셨습니다. 아버지는 그보다 훨씬 오래전의 일이고요. 없는 그분들 생각하노라면 아무 데서고 비가 옵니다. 마음 변두리로 떠돌던 구름('허공 풍선')이 이내 나타나 터지는 거지요. 그러면 또다시 '묵은 옹이'가 나와 젖습니다.
상처 준 일, 돌이킬 수 없는 기억이 스스로 '불거져' 나와서 무겁게 젖습니다. 어머니는 '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돌멩이처럼' 버려진 거였어요. 늘어나는 요양 병원의 저 숨죽인 불빛들을 바라볼 때마다 서러운 이명(耳鳴)이 옵니다.
오월의 찬란한 빛 속에 모란처럼, 죽순처럼 아이들은 피어나고 자랍니다. 그 그늘 속으로 우리들은 조금씩 숨어들어갑니다. 그 그늘 속에 웃음만 있으면 좋으련만 아픔도 옹이도 함께 있습니다.
나서 맺고 죽는 인연은 어쩔 수 없습니다만 세상 모든 '사이'가 할 수 있는 한 맑고 투명하도록, 그리하여 '삼우(三虞)'의 하늘에서도 '하늘이 다 달아나버리지' 않도록… 잔기침을 해봅니다. '이해관계'의 탁함을 버리고 '멋'의 둥근 세계로 가보려고 합니다.
장석남 시인·한양여대 교수chosun.com [장석남의 시로 가꾸는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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