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0. 27. 19:06ㆍ″``°☆아름다운글/◈이외수님글
이외수-(감성사전 76~100)
*76.- 꽃
초목이 아름다운 열매를 맺기 위해 神에게 드러내보이는 마음의 참모습이다.
눈부신 찬양이다. 향기로운 노래다. 피울음 끝에 벙그는 해탈의 등불이다.
*77.- 돌연변이
생물학이 만들어 낸 용어다.
어떤 생물이 어버이의 형질과는 전혀 다르게 변이되어 유전하는 현상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 개체의 형질이 완벽하게 변이되었다고 하더라도
본질적으로는 아무 것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
모든 자연은 우주의 돌연변이이며 모든 생명은 신의 돌연변이다.
*78.- 영웅심
광기, 객기, 치기를 배후세력으로 삼고 있는 마음의 부랑아.
자신을 실제보다 확대시켜 타인에게 드러내 보이고 싶어하는 충동의 불덩어리.
마음밭에 겸손의 싹이 시들고 자만의 수풀이 무성하게 자라 오르는 상태.
영웅심은 때로 분에 넘치는 욕망에 사로잡혀 이성을 상실케 하고
일생을 한순간에 무너져 버리게 만드는 도화선이 되기도 한다.
영움심은 때로 굴뚝새가 독수리의 흉내를 내게 만들기도 한고
새우가 고래의 흉내를 내게 만들기도 한다.
영웅심은 때로 불도저 앞에서 삽질을 하게도 만들고
고릴라 앞에서 들창코를 내밀게도 만든다. 모두가 군자들의 樂과는 거리가 멀다.
*79.- 공명선거
후진국에서 선거 때만 되면 슬로건으로 내거는 낙동강 오리알.
*80.- 동문서답
동쪽으로 가면 문래동이냐고 물으니까 서쪽으로 가면 답십리라고 대답하는 식의 문답.
*81.- 잡초
인간들에게 비위를 맞출 줄 모르는 풀들을 통틀어 잡초라고 일컫는다.
꽃이나 열매는 볼품이 없지만 생명력만은 어떤 식물보다도 끈질기다.
인간들은 끊임없이 잡초를 뽑아내지만 인간들보다 먼저 땅을 차지한 것도 잡초였고
인간들보다 먼저 숲을 키운 것도 잡초였다.
*82.- 먼지
모든 우주의 출발점. 모든 우주의 귀착점. 모든 우주의 중심부.
철학의 저울대에 올려 놓으면 성단 하나로 추를 삼아도
무게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비중이 크지만 그 형체는 매우 작다.
화창한 날시에 육안으로 보면 햇빛에 미세하게 반짝거리며
공기보다 가벼운 느낌으로 허공을 떠다니는 광경을 포착할 수 있다.
우주 어디에나 산재해 있으며 똑같은 모양은 단 한 가지도 없다.
먼지는 산이 되기를 서두르지 않는다. 먼지는 바람을 역류하지도 않는다.
오직 여여할 뿐 한 생각도 일어나지 않으니 바로 그 속에 부처가 있다.
*83.- 나비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날개를 가진 곤충이다.
꽃향기에 취해서 항상 비틀거리며 날아다닌다. 산간지방에 서식하는 일군의 나비들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허공에다
전용도로를 만들어 놓는데 이를 蝶道라고 한다.
세월의 강물에 떨어진 꽃잎들은 윤회의 바다에 다다라 나비가 된다.
나비가 되어 꽃에게로 날아가 꿈을 꾼다.
나비와 꽃이 둘이 아니며 생사와 꿈이 따로가 아니다.
*84.- 다리
미지로 가는 건널목이다. 떠나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건널목이 아니라
돌아오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건널목이다.
밑에는 언제나 강이 흐르고 위에는 언제나 허공이다.
다리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길의 관절이다. 땅 끝까지 이어진 해후의 사다리다.
*85.- 달동네
주거지의 위치는 높으나 사회적인 신분이 낮은 사람들의 안식처.
생활은 어두우나 마음은 밝은 사람들의 도읍지.
달빛이 가장 먼저 비치는 성지.
참다운 인생의 진리를 터득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보금자리.
대개의 입지전적인 인물들이 일생에 한 번쯤은
이런 동네에서 어둠의 세월을 보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86.- 아파트
인간 보관용 콘크리트 캐비닛.
*87.- 외제
동족에 대한 의리보다는 자신의 허영심을 충족시키는 일에
더 비중을 두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외국에서 들여온 제품을 말하며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생명의 위협을 느끼거나 생활의 붕괴를 초래하지는 않는다.
미개인이라고 손가락질을 받지도 않으며 가난뱅이라고 따돌림을 받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병적으로 외제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대개 외제로부터 영혼의 안식을 느껴야 할 정도로 의식이 황폐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외제를 선호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외제의 우수성이나 생산자의 비양심에 있다.
*88.- 자만심
이 세상 만물들이 모두 자신의 스승임을 자각하지 못한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가장 심오한 착각.
*89.- 법
인간이 만들어 낸 법과 신이 만들어 낸 법이 있다.
인간이 만들어 낸 법은 만물을 구속하고 신이 만들어 낸 법은 만물을 자유롭게 한다.
법은 죄인을 잡아들이는 심판의 올가미가 아니라 양민을 보호하는 자비의 울타리이다.
*90.- 무지
자신의 허상에 가리워져 자신의 전체가 보이지 않는 상태를 무지라고 말한다.
무지를 밑천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대개 자신보다는 타인을 더 불편하게 만든다.
속물 근성을 생활철학으로 삼고 살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난보다는 몇 배나 더 무서운 인간의 적이다.
*91.- 계급
모든 조직 속에는 계급이 있고 계급 속에는 상하가 있다.
조직이 인간을 조종하기 편리하도록 착안된 견식표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완벽하게 회수할 수 있는 나라는 전무하다.
인간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지 위해 계급을 만들고
스스로 노예로 전락해서 그 존엄성을 상실한다.
모든 조직은 계급이 인간에 우선하기를 바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92.- 표절
타인의 창조물을 부분적으로 절취하여 자신의 창조물인양 위장함으로써
자신을 창의성이 결핍되고 양심조차 결여된 인산으로 인정받도록 노력하는 행위.
*93.- 기저귀
인간으로서의 체통과 동물로서의 생리적 현상 사이에서 탄생되어진 휴대식 개인 전용 화장실.
*94.- 체면
자신을 인격적인 존재라고 확신하고 있는 사람들이
내면에는 동물적인 욕망의 찌꺼기를 간직하고 있으면서 이면에는
이성적인 겸손의 미덕을 드러내 보이려고 할 때 습관적으로 착용하는 가면.
*95.- 보석
허영을 장식하는 高價의 돌멩이다.
보석의 세 가지 특질은 휘귀하다는 점과 아름답다는 점과 강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마음의 눈으로 들여다보면 이 세상 만물 중에서
그 세 가지 특질을 가지고 있지 않은 존재는 아무 것도 없다.
*96.- 화장
여자들이 자신의 모습을 실물보다 아름답게 만들겠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화공약품 따위로 얼굴을 도색해서 변조시키는 기술이다.
대개의 여자들이 성년이 되면 하나님이 만들어 주신 자신의 얼굴에 대해
얼마간의 불만을 품게 된다. 화장은 그 불만에 대한 보완이다.
그러나 아무리 비싼 화장품으로 얼굴을 도색해도 자신의 원래 모습은 사라지지 않는다.
여자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좌우하는 것은 화장품이 아니라
여자로서의 마음가짐이다.
여자는 외모를 가꾸는 일에 시간을 많이 낭비할수록 천박한 아름다움으로 전락해 가고
내면을 가꾸는 일에 시간을 많이 투자할수록 우아한 아름다움으로 성숙해 간다.
*97.- 현모양처
오직 여자로 태어나야만 성취될 수 있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덕적 경지다.
현대에 이르러 거의 멸절 위기에 놓여 있다.
*98.- 세대차이
세대와 세대간의 문화에 대한 견해 차이다.
관심과 대화에 의해 좁혀지고 아집과 편견에 의해 멀어진다.
좁혀지면 사랑이 싹트고 멀어지면 미움이 싹튼다.
연령이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좌우하는 것이다.
*99.- 아내
남편들이 이십대에는 아내, 삼십대에는 마누라, 사십대에는 여편네,
오십대에는 할망구라고 부르는 가정의 수호천사.
*100.- 유행
시간의 흐름을 타고 일시적으로 어떤 풍조가 두드러지게 드러나 보이는 현상을
일컫는 말로 자신을 진보적 대열에 포함시키고 싶어하는 심리적 욕구와
자신의 존재를 타인에게 보다 두드러지게 드러내 보이고 싶어하는 심리적 욕구에 의해
발생한다. 유행을 전염병에 비유하면 내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일수록
저항력이 강하고 외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일수록 저항력이 약하다.
유행을 가장 빠르게 확산시키는 매개체는 각종 매스컴이며 허영심이 많은 사람일 수록
감염률이 높다. 때로는 외국으로부터 귀화되어 기존의 미풍양속을 파괴하고
사회질서를 문란케 한다고 한다.
저항력이 약한 사람이 감염되면 자기도취에 빠져 판단력을 상실하고
수치심을 영웅심으로 환치시켜 겨레와 민족가지도 경멸하는 중태에 빠지게 된다.
다른 동식물에게는 감염되어지지 않고 인간에게만 감염되어진다.
특별한 처방은 없고 새로운 유행이 나타나면 저절로 소멸한다.
http://kr.blog.yahoo.com/kdm2141/13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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