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가슴의― 詩(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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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단]김덕남-마애보살반가상*
명상곡-홀로 앚아서 마애보살반가상* / 김덕남 천 길 낭떠러지 아득한 바위 절벽 신라 석공 정을 쪼아 우주를 빚고 있다 보관을 씌우는 손길, 떨려오는 저 법열 얼비치는 옷 주름이 무릎 아래 흘러내려 구름 위 걸터앉아 받쳐 든 꽃 금세 벌어 향기로 감싸는 사유(思惟), 지그시 눈 감는..
2013.01.27 -
**[국제시단]손택수-기 도**
기 도 / 손택수 나무는 종교가 없는데도 늘 기도를 드리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여러 종교를 믿어보았지만 단 한 번도 기도다운 기도를 드린 적이 없다 풀잎은 풀잎인 채로, 구름은 구름인 채로, 바람은 바람인 채로 이미 자신이 되어 있는데 기도도 없이 기도가 되어 있는데 사람인 나는 내..
2013.01.12 -
**[국제시단]**허만하-바 다**
바 다 / 허만하 해안선은 눈부신 흰 모래를 밟았던 발바닥의 기억으로 멀리 혼자 사라지고 있었다 소실점 쪽으로 멀어져 가는 맨발의 기억에는 가루 같은 은모래 부드러움이 묻어 있었다 지구에 사람이 태어나기 이전의 태고의 모래사장에 남아 있던 별의 발자국 소리가 사금 반짝임처럼..
2013.01.02 -
**[국제시단]김해경-萬魚寺 만어**
萬魚寺 만어 / 김해경 만어사 갔다 집으로 오는 길 골목입구 반찬가게 하루 종일 팔다 남은 생선상자에 손바닥 보다 작은 눈뽈대* 올망졸망 종일 먼지에 시달리고 볕에 그을린 떨이 생선 비늘 긁고 아가미 뒤집고 먹물 같은 바다 헤엄쳐 온 눈뽈대 내일 아침에는, 너덜 같은 내 집 옥상 빨..
2012.12.08 -
**임 윤-동해의 일몰**
동해의 일몰 / 임 윤 북으로 뱃머리를 돌린 크루즈선상에서 블랙홀로 빨려드는 일몰을 보았네 수평선에 걸린 해가 굴곡진 파도의 머리위에 삼각구도 직선 길을 펼쳤다네 육지를 향해 점으로 사라지는 고깃배 한 척 저 배를 따라가면 함경도 어느 바닷가에 닿겠지 어둠의 문양 스멀스멀 ..
2012.09.17 -
**[국제시단]김예강-매미울음**
매미울음 / 김예강 울음이라는 열매를 파는 나무 눈물을 볼 수 있는 검은 눈을 가진 나무 한여름 한 철 따악 열리는 열매매미 매미열매 매미 벚나무가지에서 울고 한 노숙아이 아무도 몰래 울고 공중화장실에서 울고 선인장의 눈물 눈먼 물고기와의 춤 낙타발자국 크레바스 펑펑 쏟아지..
2012.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