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나온詩(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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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나온 詩]곽효환-돌의 뼈**
돌의 뼈 -곽효환- 돌의 뼈를 본 적이 있다 들녘 가득한 감나무 황금색으로 물드는 청도읍성 언저리 석빙고 수백 년 풍장에 홍예(虹霓)로 남은 돌의 뼈대 돌벽 틈새로 혹은 경사진 돌바닥 배수구 따라 물과 풀과 흙이 들고날 때마다 돌들은 어깨를 걸고 몸을 붙였을게다 많은 것들이 맺히고..
2014.07.17 -
**[새로나온 詩]김년균-새의 말**
새의 말 ⊙김년균⊙ 새의 말은 시(詩)다. 새는 저 홀로 나뭇가지에 앉아 짹짹짹 째르르, 째르르 짹짹, 하고 저만의 은어(隱語)로 시를 쓴다. 이승 밖을 엿보던 늙은 시인이 용케도 그 말을 알아듣고 머리에 옮겨 적는다. 세상은 참 아름다워라! 눈만 뜨면 즐거워라! 새의 말은 간결하고 진실..
2014.07.11 -
**[새로나온 詩]김정묘-비추다**
비추다 -김정묘- 어느 날 나는 바위에 앉아 물속을 들여다보았다 물속을 들여다보다가 버들치가 물속에서 노는 것을 보았다 버들치가 바위틈에 들어가는 것을 보다가 어느 한 생애가 물속에 들어가 물고기를 잡는 것을 보았다 강원도 산골 촌로의 시를 읽고 어느 날 나도 바위에 앉아 물..
2014.07.05 -
**[새로나온 詩]고영민-오 디**
오 디 -고영민- 오디철에는 새들도 오디똥을 싼다 덜 익어 불그스름한 건 새콤하고 검붉은 오디는 다디달다 뽕나무 밑의 풀들은 잔뜩 밟혀 있고 잘 익은 오디를 따먹기 위해 더 높은 가지를 당기다가 미끄러졌는지 비탈의 흙은 움푹 패여 있다 하루해가 산 넘을 준비를 하고 있다 오디빛 ..
2014.06.27 -
**[새로나온 詩] 정희성-새벽노을**
새벽노을 ○정희성○ 어제 못다 운 사람이 성산포에 앉아 있나 보다. 따라 울다 못 떠난 사람이 이리 붉은 눈시울로 같이 오나 보다. 세상 사람들 억울한 일 한 가지씩 토해 놓아 ..
2014.06.24 -
**[새로나온 詩]김규화-향(香)**
향(香) -김규화- 까치 혓바닥 몸 종잇장 가벼운, 누가 제 몸 우려내면 향내 나랴 자식 몸 던져 에밀레종 만들듯이 말리고 볶여서 뜨거운 물에 던져지면 평생 몸 닦은 그대 향내 나리니 누가 제 몸 우려내어 남의 기쁨 되랴 향물에 있는 듯 없는 듯 조신한 그대 미소 번지리니 그 향 갖고 싶..
2014.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