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나온詩(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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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나온 詩]이영광-재야**
재 야 -이영광- 바닷가의 작은 풀잎들이 할딱였다 “심연에서 올라왔어요.” 엎드려 물어보았다 “꽃들은 어디쯤 오고 있는 거죠?” 피 냄새 묻어오는 바람 속에서 온종일 하느님 흉내를 내었다 고개 숙여 슬픈 일을 생각하고 ..
2014.10.18 -
**[새로나온 詩]조남익-고향 가서**
고향 가서 ⊙조남익⊙ 쌀이 하하 웃으면 보리는 허허 웃었다 더구나 밀은 흐흐 웃었다 모처럼 고향 가서 논과 밭에 가득 피었을 옛 웃음들을 따라 웃지 못하고 난데없는 농촌의 적막에 놀라 어쩌겠나 털 없는 허수아비 하나 심어놓고 왔다 비어있는 땅 고조선의 노인이 내려와 논다 -시집..
2014.10.09 -
**[새로나온 詩]이건청-팔레스타인**
팔레스타인 ◇이건청◇ 이스라엘에서 발사된 포탄이 담장 너머 가자지구에 터지자 아이들 몇 한꺼번에 쓰러진다. 한 아이, 머리 없는 몸통 되어 뒹군다. 이스라엘 스테롯 산 정상에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있다. 구경을 하고 있다. 포탄이 날아갈 때마다 환호성이 터진다. 엄지손가락을 치..
2014.10.02 -
**[새로나온 詩]류기봉-채송화**
채송화 ⊙류기봉⊙ 나는 흔들리는 이유가 다 다릅니다 컵은 흔들리는 이유가 다 다릅니다 흔들릴 때마다 나는 바다를 생각하고 흔들릴 때마다 컵은 새를 생각하고 나는 꽃을 생각합니다 흔들흔들 흔들흔들 달빛이 현기증을 앓던 그날 채송화가 푸른 햇빛을 터트리고 있었습니다 ----------..
2014.09.25 -
**[새로나온 詩]오세영-돌팔매질**
돌팔매질 ⊙오세영⊙ 어디서 날아온 돌멩이인가. 어젯밤 운석 하나 하늘을 찢고 이 지상에 떨어지더니 오늘은 피지직 우르르 꽝, 요란스레 번개가 친다. 누군가 재빨리 올라가 그 금간 하늘에 땜질하는 파아란 불꽃. -문예지 ‘서정시학’ 2014년 여름호에서- ---------------------------------------..
2014.09.18 -
**[새로나온 詩]정인관-수련화(睡蓮花)**
수련화(睡蓮花) ◎정인관◎ 푸름으로 바람벽을 만들고 파란 물푸레로 보살을 만들고 수궁의 깃대 따라 외나무 기둥 세우고 천지를 가슴에 안고 수평선 위 암자 빛으로 속살이야 뽀얀 연꽃이요 꽃술이야 칠보화관 자비(慈悲)인 것을 바람 먹은 연잎은 빛살 웃음으로 피어나고 못다 이룬 ..
2014.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