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잡이의 도구(2)-실과 바늘**

2011. 11. 1. 23:50″``°☆건강과음식/◈의학정보방

 

 

 

 

◈칼잡이의 도구(2)-실과 바늘◈ 

 

외과 수련의 시절에
(사실 수련이라기 보다는 '술'련에 가까왔던 시절입니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외과수술의 모든 것은 잘 자르고 잘 꿰메는 것이다.'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가장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외과의사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겁니다.

자르는 것은 칼과 가위로 하고 꿰메는 것은 실과 바늘로 합니다.
앞서 자르는 도구인 메스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했고,
이번에는 실과 바늘에 대해 역시 간단히 알아보고자 합니다.
너무 전문적이지 않게 가급적 쉽게 이야기하고자 합니다만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듯 합니다.



봉합 물질(suture materials)

제목을 어렵게 '봉합물질(suture material)'이라고 한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절제된 부위를 꿰멜 때 반드시 실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철사와 같은 금속류나 테이프 등의 종이류 등도 봉합에 사용되며,
최근에는 '본드풀'과 같은 것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에 대한 것은 뒤에 다시 이야기 하기로 하고 우선 실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실을 크게 두 종류로 나누자면
흡수사(absorbable suture material)비흡수사(non-absorbable suture material)로 나눌 수 있습니다.

흡수사란 말 그대로 녹아서 몸에 흡수가 되는 실 종류를 말하며,
비흡수사는 녹지 않는 실 종류를 말합니다.
물론 비흡수사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면 분해되기는 합니다만
쉽게 '녹는 실'과 '녹지 않는 실'로 이해하면 됩니다.


1. 흡수사(absorbable suture material)

외상을 입은 환자들에게서 흔히 듣는 오해가 이 흡수사에 대한 것입니다.
'나중에 실밥뽑기 귀찮은데 왜 녹는실로 꿰메주지 않는냐'는 것입니다.

그 대답은
일단 흡수사는 피부봉합에 잘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흡수사는 그 주변조직에 염증반응을 많이 일으키기 때문에 피부 봉합에 사용하면 흉터를 많이 남깁니다.
그래서 흉터가 있어도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 내부 장기나 피하조직의 봉합 등에 사용되며,
포경수술이나 치질수술 후 피부 봉합 등 눈에 잘 띠지 않는 부위에 사용합니다.

또한 대부분의 흡수사가 체내에서 분해되는데 최소 20일에서 두 달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그 기간동안 염증이 생기지 않도록 소독하는것이 오히려 더 귀찮게 됩니다.
단, 음경부위는 혈액순환이 좋아서 어지간하면 염증이 잘 생기지 않으며,
항문 주위는 치질수술 후 좌욕 등의 지속적인 관리를 하기 때문에
흡수사를 이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흡수사의 종류를 몇 가지 알아보겠습니다.


캣겉(Catgut)과 크로믹 캣겉(Chromic Catgut)

'캣겉'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사용되었던 흡수사입니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소나 양의 장에서 추출한 물질로 실을 만든 것입니다.
(cattle(소나 양 등의 가축) + gut(장))
체내에 흡수되는 기간은 약 10일정도이며,
이물질(foreign body)로 인식되는 성향이 강하여서
염증반응(inflammatory reation)을 심하게 일으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잘 사용되지 않으며,
여기에 크롬염(chromium salt) 처리를 한 '크로믹 캣겉'이 최근에 많이 사용됩니다.
(크로믹 캣겉에 반하여 캣겉을 '플레인 캣겉(Plane Catgut)'이라고 합니다.)

    



크로믹 캣겉의 흡수기간은 20일정도이며
앞서 설명했듯이 플레인 캣겉에 비하여 염증반응이 적게 일어나긴 하지만
다른 흡수사에 비하여 다소 심한편입니다.

위의 사진에서 크로믹 캣겉의 포장지에 '2-0'라는 숫자를 볼 수 있는데,
이는 실의 굵기를 나타냅니다.
첫번째 숫자가 클 수록 가는 실을 의미합니다.
즉 '크로믹 캣겉 1-0(one-zero)'가 가장 두꺼우며, 2-0, 3-0, 순으로 가늘어집니다.

흡수기간이 빠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포경수술이나 치질수술에
이 크로믹 캣겉을 많이 사용합니다.
주로 '3-0'나 '4-0' 정도의 굵기를 사용합니다.


덱손(Dexon)

 


가장 많이 사용하는 흡수사가 바로 이 '덱손'이 아닐까 싶습니다.
폴리글리콜릭 산(polyglycolic acid) 성분의 섬유를 꼬아서 만든 멀티필라멘트(multifilament)형 합성 흡수사입니다.
콜라겐 단백질(collagenous protein)이나 항원 물질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조직반응(tissue reaction)이 적게 일어나며,
플레인 캣겉이나 크로믹 캣겉에 비해 염증반응이 적어서
근육이나 힘줄, 혹은 피하조직을 봉합하는데 알맞은 흡수사입니다.

단, 그래도 약간의 염증반응이 있기 때문에 심장판막수술이나 혈관수술 등의
섬세한 조직의 봉합에는 사용되지 않습니다.

역시 크로믹 캣겉에서 처럼 첫번째 숫자가 클 수록 가는 실을 의미합니다.
얼굴부위의 피하조직 봉합에는 '5-0'나 '6-0'가 사용되고,
나머지 피하조직 봉합에나 근육, 힘줄 등의 봉합에는
봉합해야할 부위의 조직 두께나 상태에 따라 다양한 굵기가 사용됩니다.
장 봉합시에는 '3-0'나 '4-0'를 주로 사용합니다.

체내에서 흡수되는 기간은 60일에서 90일 정도입니다.


맥손(Maxon)

성분은 폴리글리코네이트(polyglyconate)로
모노필라멘트(monofilament, 단일섬유)로 되어있다는 점이 덱손과의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여러개의 섬유를 꼬아서 하나의 실을 만든 멀티필라멘트인 덱손과는 달리
맥손의 경우는 하나의 섬유로 하나의 실을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모노필라멘트로 된 봉합사는 대부분 인장력(tensile strength)이 강합니다.
인장력이 강하다는 의미는
외부의 힘에 의해서 봉합부위가 잘 벌어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때문에 봉합부위가 조금이라도 벌어지면 커다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장이나 식도, 기관지 등의 봉합에
많이 사용됩니다.


바이크릴(Vicryl)

   

폴리글락틱 산(polyglactic acid) 성분의 섬유를 꼬아서 만든 흡수사로,
여러가지 면에서 덱손과 비슷하지만
인장력이 매우 높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때문에 덱손을 사용하는 모든 조직의 봉합에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맥손처럼 내부 장기의 봉합에도 사용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봉합사로 널리 쓰입니다.
단, 덱손보다는 가격이 비싸다는게 문제입니다.

한가지 주의할 것은
바이크릴은 세균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에 피부봉합에는 사용금기라는 점입니다.

체내흡수기간은 60일 정도이며,
실의 굵기 표시는 앞서 설명한 봉합사의 경우들과 같습니다.


PDS(polydioxanone suture)

폴리디옥사논(polydioxanone) 성분의 모노필라멘트 흡수사입니다.
인장력이 가장 높고 조직반응도 적기 때문에
오염된 복부수술 후 창상봉합에 사용됩니다.


2. 비흡수사(nonabsorbable suture material)


실크(Silk)

말 그대로 비단실입니다.
가장 오래된 봉합사이며 또한 아직까지도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장력도 만족할만하며 다루기도 쉽고,
매듭부위(knot)가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실크는 잘 미끄러지지 않기 때문에 봉합시 3~4회만 묶으면 실이 풀리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값이 싸다는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

실크가 비록 비흡수사로 구분되어 있긴 하지만
장시간이 흐르면 체내에서 분해되면서 봉합부위의 장력도 사라지게 됩니다.
때문에 과거에는 대부분의 피부봉합에 실크를 많이 사용했지만
요새는 '나일론'에 그 자리를 내주고 광범위한 근막봉합 등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 원래의 실크인 화이트 실크(white silk)의 경우이고,
최근에는 실크의 단점을 보완한 블랙 실크(black silk)가 개발되어서
피부봉합 및 장관봉합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화이트 실크의 경우는 1번이 가장 가는 실이고 번호가 커질 수록 굵은 실이며,
블랙 실크의 경우는 다른 봉합사와 동일한 번호체계를 갖습니다.


나일론(Nylon)

        

피부봉합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봉합사입니다.
성분은 폴리아미드 폴리머(polyamide polymer)로
모노필라멘트로 된 것도 있으며 멀티필라멘트로 된 것도 있습니다.
주로 모노필라멘트로 된 나일론이 많이 쓰입니다.

피하봉합에 사용되는 경우도 있으며,
비록 비흡수사로 분류되어 있긴 하지만 약 2년정도 지나면 서서히 분해되어 흡수됩니다.

역시 첫 번호가 클 수록 가는 실이며,
체간부를 봉합할 때는 '2-0'나 '3-0'를 사용하고
사지는 '4-0'나 '5-0'를, 그리고 안면부는 주로 '6-0'를 사용합니다.
실이 가늘 수록 염증반응이 적게 일어나서 흉터가 적게 남지만,
피부의 두께가 두꺼운 부위(등이나 손바닥, 발바닥 등)는 두꺼운 실을 사용해야 합니다.
흉터가 아예 잘 보이지 않게 '7-0'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 때는 실이 잘 보이지 않아서 확대경을 착용해야할 때도 있습니다.
안면부 봉합의 경우 '6-0'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성형수술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굳이 '7-0'까지 사용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프롤렌(Prolene)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 성분으로 된 모노필라멘트 봉합사로
조직반응이 아주 적기 때문에 혈관수술에 주로 사용합니다.

2~6년이 지나면 체내분해가 되어 인장력이 사라집니다.


와이어(wire)

스테인레스 스틸 와이어(stainless steel wire)를 말하며
이름 그대로 녹슬지 않는 철사를 이용하여 봉합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심장수술 할 때 흉골(가슴뼈) 절개부위를 봉합할 때 등 연골이나 골조직을 부착시킬 때 사용하며,
간혹 두꺼운 피부조직을 봉합할 때 사용하기도 합니다.


기타

대크론(Dacron)
폴리에스테르(polyester) 섬유로 만든 봉합사로
근막봉합시에 선택적으로 사용됩니다.

메르실렌(Mersilene)
폴리에스테르(polyester) 섬유로 만든 봉합사로
매듭부위가 안정적이어서
테이프(tape) 형태의 메르실렌은 요실금 수술에 많이 사용됩니다.

테브데크(Tevdek)
테플론(Teflon)으로 만든 봉합사.

트리 크론(Tri-Cron)
실리콘(silicon)으로 만든 봉합사.

에티본드(Ethibond)
폴리부틸레이트(polybutilate)로 만든 봉합사.


3. 스테이플(Staple)

일일이 실과 바늘로만 한땀 한땀 꿰멜게 아니라 좀더 빠르고 간편한 봉합방법을 찾고자 하는 노력은
이미 오래전부터 외과의사들 사이에서 있어왔습니다.

마침내 20세기 초반에 오스트리아의 Humer Hultl에 의해 스테이플(staple) 방법이 개발되었고,
20세기 중반 2차대전을 거치면서 발전하여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마치 '호치키스'처럼 금속 클립으로 피부봉합이 되어있는 것이 아직도 생소한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사실 피부봉합용 스테이플 외에 장관 등의 다른 장기를 봉합하는데 사용되는
스테이플이 많이 개발되어 있습니다.

 
TA 는 장관의 봉합에 사용되며,
GIA 는 장관의 절제와 봉합을 동시에 시행할 때 사용되며,
EEA 는 절제된 두 장관의 끝부분끼리 문합을 할 때 사용됩니다.
스킨 스테이플(Skin Staples)은 피부봉합에 사용됩니다.
기구들의 조작 모습을 직접 보지 않는 한 정확히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4. 스킨 테이프(Skin Tapes)

 

실을 사용하지 않고 창상부위를 봉합하는 방법중 하나로
위 사진과 같은 스킨 테이프(Skin Tapes)가 있습니다.

실밥자국이 없기 때문에 흉터를 적게 만들기는 합니다만
얕은 상처에만 선택적으로 사용할 있습니다.
깊은 상처의 경우에는 스킨 테이프만 붙여서는 충분한 인장력을 얻지 못하기 때문에
흡수사를 이용하여 피하층을 일차적으로 봉합해주고 스킨 테이프를 붙입니다.
그러나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가는 실로 봉합했을 때와 비교해서 시술은 간편하지만
특별히 흉터가 덜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바늘(Needles)

바늘의 종류는 그 쓰임새와 모양에 따라 여러가지 종류로 나뉘어집니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바늘이 실에 붙어서 나오기 때문에
(실이 바늘에 붙은건지 바늘이 실에 붙은건지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봉합할 부위에 따라 다른 실을 선택하면 바늘은 거의 자동적으로 선택되어 집니다.
그러나 모든 상황이 항상 일률적일 수가 없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실에 붙은 바늘을 떼어내고 수술 상황에 맞는 바늘을 꿰어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바늘의 각 부위별 명칭




구부러진 모양에 따른 분류
 

봉합할 조직의 종류와 크기에 따라서 사용하는 바늘의 구부러진 정도가 다릅니다.
예를 들어 피부조직은 탄력성이 좋기 때문에
다루기가 편한 3/8 Circle needle로 봉합을 하며,
장점막 등의 조직은 부드러워서 쉽게 찢어질 수 있기 때문에
봉합시에 조직이 당겨지지 않는 1/2 Circle needle을 주로 사용합니다.

반듯한 바늘이 사용되는 경우도 있는데,
앞서 언급한 EEA 기구를 사용할 때 주로 사용됩니다.
(역시 글만으로는 설명하기 복잡하군요)


크기에 따른 분류

        

그림에서와 같이 대부분 동일한 종류의 바늘일 경우에는
바늘의 크기가 클 수록 더 높은 번호를 매깁니다.
단 종류가 다른 바늘의 경우에는
동일한 번호라고해서 동일한 크기가 아니라는 점을 유의해야합니다.


단면에 따른 분류

단면이 삼각형인 컷팅 니들(cutting needle)과
원형인 테퍼 니들(taper needle)로 나눌 수 있습니다.

컷팅 니들(cutting needle)



컷팅 니들은 칼날과 같이 각진 옆면이 조직을 자르면서 들어가기 때문에
피부조직과 같이 두껍고 질긴 조직을 봉합할 때 사용됩니다.
그래서 피부봉합에 주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비흡수사에는 컷팅 니들이 달려있습니다.

테퍼 니들(taper needle)



흔히 라운드 니들(round needle) 혹은 스무쓰 니들(smooth needle)이라고도 부릅니다.
비교적 부드러운 조직인 장관의 점막 등을 봉합할 때 사용합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흡수사에는 테퍼 니들이 달려있습니다.

바늘 전체가 컷팅 니들이나 테퍼 니들로 되어있는 것도 있지만,
몸체(needle body) 부위와 끝(needle point) 부위의 모양이 다른 것도 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단면, 크기, 굵기 등에 따른 바늘의 종류를 도식한 것입니다.

 
 
 

간략하게 살펴본다고 하면서 쓸데없는 내용이 많아진것 같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계속 수정을 할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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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이야기 ; 실밥은 언제 뽑을까요?

봉합사의 제거 시기는
봉합을 시행한 피부의 두께와 염증의 정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원칙적으로 피부가 두꺼울 수록 실밥 뽑는 시기도 늦어집니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눈꺼풀 ; 2~3일 후
얼굴 ; 4~5일 후
목 부위 ; 3~5일 후
두피 ; 7~8일 후
체간 부위 ; 6~14일 후
사지 부위 ; 10~21일 후
관절 부위 ; 14일 후

염증반응의 정도에 따라 시기는 조정을 하게 되며,
만약 염증이 심하거나 농양 형성의 우려가 있을 경우에는
바로 모든 봉합사를 제거하고 창상을 벌려서 수 일간 소독을 실시한 후
다시 봉합을 시행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