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속담풀이<나편>-1~10
1-나는 바담풍해도 너는 바람풍해라 풀이:자기 자신은 잘하지 못하면서 남에게는 잘하라고 한다. 옛날에 한 영감이 사랑방에 있는데 안경 장사가 와서 잘 보이는 안경을 사라고 했다. 영감은 그 안경을 써봤더니 눈으로 보는 것과 똑같이 잘 보여서 안경을 샀다. 그러나 아들이 나중에 보고 "아버님, 이건 알은 없고 테만 있는 안경인데요." 하자 영감은 안경을 손가락으로 찔러보고 "아뿔사, 그놈한테 속았구나" 했다. 며칠 후 며느리의 친정 어머니가 다니러 왔다. 그런데 며느리가 친정 어머니를 보고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을 듣고서 영감은 딴 생각이 났다. 영감은 홀아비로 허전하게 지내는 터라 며느리를 불러 "며늘아가, 너는 나보고 아버님! 하고 부르고 너의 친정 어머니보고는 어머니! 하고 부르니 어매 아베가 한 방에서 자도 괜찮겠구나. 그러니 오늘부터 한 방에서 자게 하자." 고 말했다. 그러나 며느리는 안된다고 했다. 그후 영감은 늙어 죽게 되었는데 평생 깨달은 바를 알려주려고 자손들을 다 불러놓고 "얘들아, 내 말을 잘 들어두어라. 첫째, 안경을 살 때는 반드시 손가락으로 찔러보고 사거라. 둘째, 며느리가 친정 어머니보고 어머니라고 부른다고 한 방에서 같이 자겠다고 하지 말아라. 내 이 두 가지를 유훈으로 남겨주니 명심하고 그대로 시행하라." 하더란다.
2-나무에 올려놓고 흔든다 풀이:좋은 낯으로 꾀어 일을 시켜놓고는 난처한 지경에 빠뜨린다. 당나라 현종 때의 간신 이임보는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을 천거하여 그 사람을 안심시켜 놓고는 뒤로 공작하여 그 사람을 다시 떨어뜨리는 수법을 썼다고 한다.
3-낙락장송도 근본은 종자 풀이:가지가 척척 늘어진 키큰 소나무도 처음엔 보잘 것 없는 솔방울이었다. 한나라를 세운 유방도 처음엔 조그만 마을의 아전으로 정장(초소의 장)노릇을 하던 사람이었다.
4-낙숫물은 떨어진데 또 떨어진다 풀이:한번 버릇이 들면 고치기 어렵다. 옛날에 한 영감이 소를 팔러 장에 갔더니 사돈 영감도 소를 팔러 장에 와 있었다. 이 영감 반갑게 인사를 하고 "나는 암소를 팔고 황소를 사러 왔소." 하니까 사돈은 황소를 팔고 암소를 사러 왔다고 말했다. "이거 마침 잘 됐소. 서로 바꾸기만 하면 되겠구만." 두 영감은 사이 좋게 황소와 암소만 서로 바꿔 가졌다. 두 사람은 일이 기막히게 잘 된 터라 기분좋게 술집으로 가서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술이 잔뜩 취해가지고 해 넘어갈 무렵 각기 바꾼 소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사람은 소를 바꿨다지만, 소야 바꾼 줄을 알게 뭔가? 낙숫물이 떨어진데 또 떨어지듯 소는 원래 자기 집으로 갈 뿐이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떠보니 자기 옆에 누워있는 여자는 자기 마누라가 아니고 사돈 마님이거든. 이 영감 깜짝 놀라서 "이크, 우리 집에서도 야단이 났겠구먼." 하고 죽어라고 집으로 쫓아가더란다.
5-난봉자식이 마음 잡아야 사흘이다 풀이:마음 잡는다고 제 버릇 남 주겠느냐? 기껏해야 사흘이지! 효종 때 류씨 성을 가진 정승이 아들을 북평사로 보내며 자기 화상을 그려 아들에게 주었다. 류정승은 아들의 난봉 버릇을 알고 근신하라는 뜻으로 준 것이다. 그러나 아들은 한 요상스러운 기생에게 빠져 헤어나오지 못했다. 그는 아버지의 화상을 걸어놓고 밤낮 쳐다보며 울었으나, 끝내 여자를 끊지 못하고 마침내 기가 빠져 죽었다고 한다. *북평사:함경북도 병마절도사 밑의 문관
6-난시에는 앉은뱅이도 삼십리를 간다 풀이:급하면 다 하게 되어 있다. 선조 임금의 어의 양예수는 천하없이 권세가 높은 대신들이 병을 봐달라고 해도 다리가 아파 걷지를 못한다는 핑계로 대신들의 병을 봐주지 않았다. 그러나 임진왜란이 나서 의주로 파천을 갈 때는 워낙 다급하니까 그 아픈 다리로도 잘 걸었다. 이것을 보고 이항복은 "허허, 양동지의 다릿병에는 난리탕이 그만이로군!" 해서 사람들을 웃겼다는 얘기.
7-난쟁이 교자꾼 참여하듯 풀이:가마꾼은 키가 똑 골라야 하는데 난쟁이가 저도 하겠다고 한다. 축에 끼지 못할 사람이 끼어드는 것을 비웃는 말. 옛날 어느 집 사랑방에 날마다 동네 노인들이 모여서 우스운 얘기를 하며 노는데, 정작 이 집 주인 영감은 가는 귀가 먹고 눈이 어두워서 친구들이 웃을 때 같이 웃지를 못했다. 그래서 하루는 친구들에게 "여보게들, 나는 보고 듣는 것이 시원치 않아서 자네들이 웃을 때 웃지를 못하니 웃을 일이 있거든 나도 같이 웃게 옆구리 좀 찔러주게." 하고 부탁했다. 친구들은 그러마고 약속을 했는데 막상 웃는 대목에 가서는 주인의 옆구리를 찌르는 것을 번번히 잊어버리고 만다. 한 친구가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다 웃고 난 다음에 주인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니까 주인은 우스워 죽겠다고 손뼉을 치며 "이 사람들아, 자그만치 웃겨라. 이러다간 배꼽이 떨어지겠다." 하더란다.
8-남의 눈에 눈물 내면 제 눈에는 피가 난다 풀이:남에게 모진 짓을 하면 더 심하게 앙갚음을 당한다. 전국시대. 방연과 손빈은 한 선생 밑에서 동문수학한 사이였다. 방연이 먼저 위나라에 가서 벼슬을 살자 손빈이 따라가서 같이 벼슬을 살았다. 그러나 방연은 손빈의 재주를 시기하여 손빈을 외국 첩자로 몰았다. 방연은 손빈의 얼굴에 '외국과 내통한 자'라는 먹글씨를 새겨 넣고 무릎 뼈를 도려냈다. 손빈은 꼼짝없이 앉은뱅이가 되고 말았다. 그후 손빈은 미친 사람 행세를 해서 방연의 눈을 속이고 제나라로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몇년 후 제나라와 위나라가 싸울 때 얘기다. 제나라 군사 손빈은 위나라 군대를 유인하려고 밥짓는 아궁이를 처음에는 10만개 파놓고 그 다음에는 5만개, 또 그 다음에는 3만개, 이런 식으로 차차 줄여 파면서 퇴각했다. 위나라 장수 방연은 이게 속임수인지도 모르고 "제나라 사람들은 겁이 많다더니 과연 그 말이 맞구나. 이 아궁이를 봐라. 벌써 반수 이상이 달아났잖아! 이제 이기는 건 시간문제다." 하고 기뻐하며 젊고 날랜 소수 병력만 데리고 급하게 추격했다. 그러나 손빈은 어느 고개에 매복해 있으면서 큰 나무 껍질을 벗기고 "방연은 이 나무 밑에서 죽는다."라고 써놓고는 방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방연이 강행군으로 밤늦게 도착하여 나무에 써있는 글자를 보려고 불을 켜자 매복해있던 만명의 궁노수가 활을 쏘았다. 결국 방연은 고슴도치가 되어 죽었다.
9-남의 말 하기는 식은 죽 먹기 풀이:남의 잘 잘못을 끄집어내서 말하기는 매우 쉬운 일. 옛날에 어느 정승의 아들이 무식쟁이에다 말썽꾼이어서 아비의 속을 썩였다. 아비는 타이르기도 많이 하고 야단도 많이 쳤지만 별로 나아진 것이 없어서 아예 꼴을 안 보면 속이 편할 것 같아 아들을 어떤 고을의 원으로 내보냈다. 그렇지만 그후에도 저게 원 노릇을 잘 할까, 늘 걱정이 되어 하루는 장황하게 훈계하는 편지를 써보냈다. 얼마 있다가 아들한테서 답장이 왔다. 아들은 무식하니까 글로는 못 써보내고 그림 편지를 보냈는데 편지에는 빗자루와 죽사발이 그려져 있었다. 정승은 이게 무슨 뜻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알수가 없어 어느 대신에게 편지를 해석 해달라고 부탁했다. 대신은 곰곰히 들여다 보더니 "빗자루는 자기 앞이나 잘 쓸으라는 얘기구요, 죽사발은 남의 말하기는 식은 죽 먹기라는 뜻 같네요." 하더란다.
10-남의 소 들고 뛰는 건 구경거리 풀이:남의 불행은 구경거리. 이괄의 난 때 무악재에서 조정 군사와 반군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는데 구경속 좋은 백성들은 안산과 인왕산에 하얗게 올라가서 싸움 구경을 했다. 일반 백성들이야 누가 이기든 별 상관이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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