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속담풀이<나편>-11~20**

2011. 3. 30. 10:54″``°☆아름다운글/◈옛속담풀이


 옛 속담풀이<나편>-11~20


11-내 배 부르면 종의 밥 짓지 말란다
    풀이:내 배가 부르면 남의 배고픈 줄 모른다.

     옛날에 어떤 왕비가 대궐 밖에서 백성들이 밥을 달라고 아우성치는 소리를 듣고
    "밥이 없으면 떡을 먹으면 될 거 아니냐?"고 하더란다.

12-남이 장에 간다 하니 거름 지고 나선다
    풀이:남이 좋은 옷을 입고 장에 간다 하니 거름을 푸다 말고
    거름통 지고 따라 나선다. 줏대없이 남을 따라 한다.
     옛날에 시골 사람 하나가 서울에 올라왔다가 길가 노점에서 파는 풀을
     음식인 줄 알고 사먹었다. 서울 사람이 지나가도 보고
    "아니, 이거 천치 아냐? 옷에 먹이는 풀을 사먹다니!"
     하며 박장대소를 했다. 시골 사람은 무료해서
    "허, 당신 모르는 소리요. 이게 허리 아픈데는 그만이라우."하고 둘러댔다.
     그랬더니 서울 사람도 마침 허릿병으로 고생을 하던 터라 그걸 약인 줄 알고 사먹었다.
     그러니까 시골 사람이 일어나며
    "허, 별놈 다 보겠다. 나야 모르고 먹었지만 알고 먹는 이놈은 상천지 아냐!"
     하며 길이 떠나가라 웃더란다.

13-낮에 난 도둑
    풀이:벌건 대낮에 남의 것을 빼앗아 가는 놈.
     함경도는 여진족과 접해 있었기 때문에 사또를 보낼 때 무관으로
     이 무관 사또들은 조정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서 제 마음대로 혹형을 일삼고 세금을
     지나치게 받아냈다. 간혹 문관을 보내기도 하지만 문관 역시 좋은 사또감은
     매우 드물었으므로, 백성들은 그들을 낮도적이라고 불렀다.
     어떤 함경도 사람이 처음으로 서울에 왔는데 성균관 앞길에 이르자 친지에게 물었다.
    "이곳은 무슨 관청이야?" 그랬더니 그 사람은
    "응, 이곳은 조정에서 낮도적들을 모아서 기르는 못자리야." 하더란다.

14-내 부모 나쁘다고 내버리고 남의 부모 좋다고 내 부모라 할까
    풀이:부모 자식간은 천륜이라 끊을 수 없다는 뜻.
     춘추시대 정장공은 동생과 함께 모반을 꾀한 어머니를 용서할 수가 없어서
    "내 황천에 가기 전에는 다시 어머니를 만나지 않겠소."하고 맹세했다.
     정장공은 곧 후회했지만 자신이 한 맹세 때문에 어머니를 만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영고숙이란 사람이
    "적당한 곳에 땅을 파서 샘물이 나거든 그곳에 지하실을 만드시오.
     그러면 거기가 곧 황천이 아니겠습니까?" 하고 계책을 가르쳐 주었다.
     정장공은 어느 산 아래에 지하실을 파고 어머니를 모신 후에
     사닥다리를 타고 내려가 어머니에게 절하며
    "저의 불효를 용서해주십시요." 하고 울었다. 어머니도 같이 눈물을 흐렸다.
     정장공이 어머니를 모시고 손수 말고삐를 잡고 서울로 돌아올 때
     백성들이 길에 나와서 같이 기뻐했다고 한다.

15-내 울음이 정 울음이냐
    풀이: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마지 못해 하는 거다.
     옛날에 한 영감이 무남독녀 외딸을 고이 길러 시집보내고
     어떻게 사는가 궁금하여 딸네 집을 갔다.
     그러나 딸은 아버지를 대접하기는 커녕 베틀에 앉아서
     마저 베를 짜야 한다는 핑계로 내려와 보지도 않았다.
     화가 나서 집에 돌아온 아버지는 딸이 어떻게 나오나 보려고
     자기가 죽은 척 거짓 부고를 냈다. 딸은 신을 벗어들고 울며 쫓아와서
    "아이고, 불쌍한 우리 아버지! 저번에 오셨을 때 내가 씨암탉도 잡아주고
     떡도 해드렸더니 저 건너 개똥밭 세 마지기하고 우물 앞 오려논 닷 마지기도
     주신다고 했는데 이렇게 빨리 돌아가시다니!" 하며 애고 애고 울었다.
     병풍 뒤에 숨어 있던 아버지가 불끈 일어나며
    "이년아, 내가 정말로 죽은 줄 알았냐?" 고 했더니 딸은
    "그럼 내 울음이 정 울음인 줄 알았소?" 하더란다.
     *오려논:올벼를 심는 논

16-너무 고르면 지내 고른다
    풀이:너무 고르면 지나쳐서 오히려 나쁜 것을 고르게 된다.
     옛날에 한 부자가 무남독녀 외딸을 두고 사윗감을 고르는데
     보통 총각은 안되고 재주있는 이인 사위라야 된다고 방을 써붙였다.
     그후 벼라별 재주를 가진 총각들이 숱하게 찾아왔지만 성에 차지 않아
     다 퇴짜를 놓고 딸을 늙혀가고 있을 무렵 하루는 누더기 차림에 못생긴
     노총각이 찾아와서 맑은 하늘을 가리키며 오늘 비가 올테니 빨래며 곡식을 
     치우라고 말했다. 비 설거지를 끝내고 났더니 과연 소나기가 쏟아졌다.
     그후에도 노총각이 비가 온다고 하는 날은 꼭꼭 비가 와서 영감은
     총각의 지감에 탄복하고 드디어 사위로 삼았다.
     혼례를 올리고 나서 어느날 영감은 사위를 보고, 너는 어째서 그렇게
     비가 오고 안 오는 것을 잘 맞추냐고 물었더니 사위가
    "별 거 아녜요. 전 몇해 전부터 옴이 올라서 비가 오려고만 하면 
     사타구니가 가려워 견딜 수가 없거든요."하더란다.

17-눈 가리고 아웅
    풀이:가랑잎으로 눈만 가리고 고양이인 척 아웅한다.
 
     속이 뻔히 들여다 보이는 짓으로 남을 속이려 든다.
     옛날에 어떤 사람이 희한한 가랑잎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 가랑잎을 이마에 붙이면 몸이 감쪽같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산에 가서 가랑잎을 한짐 해다가 방에 쏟아놓고 아내에게
    "이제부터 생전 놀고 먹게 될 보물을 찾을 테니까 잘 보고 내가 묻는 대로 대답해여."
     해놓고는 가랑잎을 하나 집어 이마에 붙이고
    "내 모습이 뵈는가?"하고 물었다. 마누라는 보이니까 "보여."라고 대답했다.
     서방은 또 다른 가랑잎을 붙이고 "뵈는가?"하고 물었다. 이렇게 해서 내외간에
    "뵈는가?" "보여!"를 밤새도록 되풀이 하는데 밤은 깊어가고 졸음은 솔솔 와서
     마누라는 마침내 에라, 모르겠다 하고 "안 보여!" 라고 해버렸다.
     서방은 안 보인다는 말을 듣고 좋아서
    "참말로 안 보여?" 하고 물었다. 마누라는 하품을 하면서
    "안 보이니까 안 보인다고 하지! 왜 자꾸 물어싸?" 하고는 팩 드러누워버렸다.
     서방은 보물을 이제야 찾았구나 하고 다음날 그 가랑잎을 이마에 붙이고
     곧장 옷감가게로 가서 비싼 옷감을 들고 나오다가 주인과 행인들에게
     붙잡혀서 뒤지게 뚜들겨 맞았다고 한다.

18-눈은 있어도 망울이 없다
    풀이:보기는 보는데 중요한 것은 못 본다.
     옛날에 오리를 기르는 영감이 있었는데 이 영감은 저녁마다
     오리를 짝지어 세곤 했다. 어느날 하인이 오리 한 마리를 잡아먹었다.
     그날 저녁 영감이 오리를 세어보니까 한 마리가 모자라거든.
     영감은 하인을 불러다놓고 매를 때리며
    "이놈, 주인 몰래 오리를 잡아 먹었지? 내일 장에 가서 당장 사다놔야지
     그렇찮으면 내쫓을라." 하고 으름장을 놓았다.
     하인은 그날 밤에 오리를 또 한 마리 잡아먹었다. 다음날 저녁에
     오리를 세어보니까 짝이 딱 맞거든. 그러니까 영감이
    "그러면 그렇지, 매를 맞더니 즉시 사다 놨군! 역시 매는 때려야 해."하더란다.

19-눈치를 사먹고 다닌다
    풀이:눈치가 없는 사람이라 돈을 주고 눈치를 사먹고 다닌다. 눈치가 전혀 없다.
     흥보가 양식을 얻으려고 놀보를 찾아가서
    "떠나온지 몇해만에 안녕하옵신지요?"
     하고 공손히 절을 하자 놀보는 일부러 모르는 체하고 물었다.
    "뉘신지요?" 흥보는 정말 모르는 줄 알고 일러주듯 말했다.
    "갑술년에 나간 흥보요." 놀보는 그래도 모르는 체
    "흥보? 흥보? 일년 세경 먼저 받고 모 심을 때 도망한 놈, 그 놈은 황보렷다.
     쟁기질 보냈더니 소 가지고 도망한 놈, 그놈은 숭보렷다.
     흥보? 흥보? 아무래도 모르겠는 걸."하고 시치미를 떼었다.
     흥보가 눈치가 있는 사람이면 수작이 이러하니 무슨 양식 부탁을 하겠느냐?
     썩 일어나서 나왔으면 매도 안 맞을 것을, 좀 더 자세히 알려주면
     뭐라도 줄 줄 알고"형님 친동생 흥보요."하더란다.

20-늙은 말이 길을 안다
    풀이:경험이 많은 노인이 방법을 안다.
     옛날에 고려장이 있을 때 이야기.
     한 아들이 칠십이 넘은 어머니를 차마 고려장 시킬 수 없어서 움 속에
     숨겨두고 아침 저녁으로 먹을 것을 갖다 드렸다.
     이즈음 중국 황제가 조선왕한테 재로 새끼를 꼬아 보내라는 통지를 보냈다.
     짚으로 새끼를 꼴 수는 있지만 재로 어떻게 새끼를 꼬아?
     조정에서는 당황하여 어쩔 줄 모르다가 재로 새끼를 꼬아오는 사람한테는
     큰 상을 내리겠다는 방을 내걸었다.
     효자는 움에 숨어있는 어머니에게 좋은 방법이 없겠냐고 물었다.
     어머니가 딱한 듯이 말했다.
    "새끼를 꼬아서 태우면 재로 꼰 새끼가 되는데 넌 그것도 모르느냐?"
     효자는 새끼를 태운 재를 나라에 바치면서 문제를 푼 것은
     고려장 시킬 어머니라고 솔직히 얘기했다.
     임금은 노인의 지혜에 감탄하고 고려장 법을 없앴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