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속담풀이<마편>-1~10
1.- 마구 난 창 구멍 풀이:마구 뚫은 창 구멍. 아무 말이나 함부로 내뱉는 사람.
삼국지에 보면 예형이 조조와 그 휘하 장수들 앞에서 그들을 혹평하는 장면이 나온다. "순욱은 조상이나 다니고, 순유는 무덤이나 지키고, 정욱은 관문이나 여닫고, 곽가는 글귀나 읊조리고, 장요는 북이나 치고, 허저는 마소나 먹이고, 악진은 조칙이나 읽고, 이전은 격문이나 띄우고, 여건은 칼이나 갈고, 만총은 술이나 먹고, 우금은 담이나 쌓고, 서황은 개나 잡을 사람이오." 조조는 노했지만 자기 손으로 예형을 죽이기 싫어 유표한테 보내고, 유표는 또 황조한테 보냈다. 예형은 황조를 보고 "서낭당 귀신같다."고 하다가 결국 죽음을 당했다.
2.- 마음 한번 잘 먹으면 북두칠성이 굽어본다 풀이:마음 한번 잘 먹으면 천지신명이 보살펴준다.
함경도에 다음과 같은 전설이 있다. 옛날에 동해 바다 한 가운데 천자가 나고 왕이 나는 명당 바위가 있었는데 심한 풍랑 때문에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풍수쟁이는 헤엄 잘 치는 누루하치라는 여진족 조상 아이에게 명당 바위 얘기를 하고 거기다 네 아버지와 내 아버지 묘를 쓸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아이는 "거기다 두 집 묘를 써서 한 집은 천자가 나고 또 한 집은 왕이 난다면야 오죽 좋겠습니까?" 하며 자기가 헤엄쳐 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풍수는 아이가 천자의 자리에다 제 아버지 묘를 쓸까봐서 거짓말을 했다. 원래는 오른쪽 바위에다 묘를 쓰면 천자가 나고 왼쪽 바위에다 묘를 쓰면 왕이 나오는데 그것을 반대로 말해준 것이다. 아이는 바위로 헤엄쳐 가서 묘를 쓰기 전에 생각했다. "내가 여기까지 온 공도 크지만 이런 큰 명당을 알아낸 사람은 풍수니까 그 사람의 공이 더 크다. 공이 큰 사람의 자손이 천자가 되는 것이 도리다. 그러니 저 사람 아버지의 뼈를 천자의 자리에 묻자. 그리고 우리 아버지는 왕의 자리에 쓰자. 우리 집안에서 왕이 나오는 것만 해도 큰 목이다." 이렇게 마음 먹고 왼쪽에다 풍수 아버지의 뼈를 걸고 오른쪽에다 제 아버지의 뼈를 걸어놓고 육지로 헤엄쳐왔다. 풍수는 기다리고 있다가 어떻게 묘를 썼느냐고 물었다. 아이가 대답했다. "예, 어르신네가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왼쪽이 천자가 나는 자리라고 해서 어르신 아버지 뼈를 왼쪽에 쓰고 제 아버지 뼈는 오른쪽에다 썼습니다." 풍수는 이 말을 듣고 탄식했다. "네가 마음 한번 잘 써서 천자를 낳겠구나." 풍수는 이성계의 조상이라고 하는데 그후 이성계는 조선의 왕이 되고 누루하치의 자손은 청나라의 천자가 되었다는 얘기.
3.- 만석중이 놀리듯 한다 풀이:황진이가 만석중이를 놀리듯 마음대로 놀린다.
지족선사는 30년 동안 면벽 수련을 쌓은 도승으로 재를 올릴 때마다 시주 쌀이 하도 많이 들어와서 만석 중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황진이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여 하룻밤 만에 파계하고 말았다고 한다.
4.- 말이 고마우면 비지 사러갔다가 두부 사온다 풀이:상대편 말이 고마우면 이쪽에서도 마음을 후하게 쓴다.
옛날에 미련한 수령들은 죄인을 꾸짖을 때 "이곳 인심이 극히 악하다. 그러니 너같은 놈이 안 나오겠는가!" 했다. 그러면 백성들이 듣고 다 노여워했다고 한다. 이와 반면에 현명한 수령들은 "이곳 인심이 순박한데도 네가 그것을 어지럽히니 죄가 더욱 중하다." 고 꾸짖었다는데 그러면 백성들이 다 좋아했다고 한다.
5.- 말은 보태고 떡은 뗀다 풀이:말은 옮길수록 보태지고 떡은 돌릴수록 떼어먹힌다.
우리나라 국경을 넓힐 때 이야기. 세종대왕이 여진족을 칠 계획을 세우기만 하면 서울에 볼모로 잡혀와 있는 여진족 자제들이 어느새 알고 대궐 앞에 몰려와서 통곡을 하는 바람에 번번히 계획이 무산되곤 했다. 언제나 기밀이 누설되는 것이다. 세종대왕은 화가 나서 기밀을 누설하는 자를 잡아내라고 황희 정승에게 엄명을 내렸다. 황희 정승이 가만히 생각해보니 임금이 발설하지 않으면 기밀이 샐 리가 없지만 곧이곧대로 이야기하면 임금이 무안해 할까봐 한가지 꾀를 생각해냈다. 하루는 뒷간에 다녀와서 마누라에게 넌지시 거짓말을 했다. "이상도 하지? 뒷간엘 갔더니 똥은 안 나오고 내 똥구멍에 파랑새 한 마리가 날아갔어." 마누라는 입이 근질근질해서 몸종에게 살짝 말했다. "아이고, 우스워라. 대감 똥구멍에서 파랑새 두어 마리가 날아갔대." 몸종은 자기가 좋아하는 하인에게 말했다. "얘, 너만 알고 있어. 대감 똥구멍에서 파랑새 서너 마리가 날아갔대." 이렇게 해서 삽시간에 서울 장안에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는데 말이 엄청나게 보태져서 세종대왕의 귀에 들어갈 때에는 파랑새가 수천 마리로 늘어나 있었다. 드디어 세종대왕이 황희 정승을 불러서 웃으며, "경의 똥구멍에서 파랑새 수천 마리가 날아갔다며?" 하고 물었다. 황희 정승은 비로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세종대왕은 이에 크게 깨닫고 그후로는 여진족 토벌계획을 가장 가까운 측근한테도 발설하지 않았다고 한다.
6.- 말이 씨 된다 풀이:불길한 말을 하지 말아라. 늘 말하던 것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
전구시대 진나라의 무왕은 "내 낙양을 한번만 볼 수 있으면 고대 죽어도 한이 없겠다." 는 말을 잘 했다. 그는 낙양을 점령하고 주 왕실의 상징인 무거운 솥을 들다가 솥을 놓치는 바람에 발목이 짤려 죽었다고 한다.
7.- 말이란 아 다르고 어 다르다 풀이: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맛이 다르다.
옛날에 어떤 산골에 꿩 부부가 살았는데 그해 겨울은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먹을 것이 없었다. 그래서 까투리가 앞산에 사는 쥐를 찾아갔다. 까투리는 쥐 구멍 앞에서 "여보게, 고양이밥 쥐서방 있나?" 하고 불렀다. 쥐는 고양이밥이라고 부른데 화가 나서 "왜 찾소?"하고 퉁명스럽게 나왔다. 까투리가 "우리집 꺽생원이 콩 좀 얻어 오래서 왔지." 하고 반말로 쭉 나가니까 쥐는 "나 먹을 것도 없는데 남 줄 게 어디 있소?" 하며 콧방귀를 뀌고 들어가버렸다. 까투리가 빈 손으로 돌아오자 장끼가 다시 쥐를 찾아갔다. 장끼가 쥐구멍 앞에서 "쥐 생원님 계시우?" 하고 부르자 쥐가 화가 덜 풀린 얼굴로 나와서 "아, 꺽생원 왔나?"하고는 "아까 임자네 여편네가 와서 말을 왜 고따우로 하는가? 내가 고양이밥이면 저는 매밥이 아닌가?"하고 말했다. 장끼는 "아, 오줌똥을 한데로 누는 계집의 말에 뭘 그리 분해 하시우? 용서하시구려." 하고 싹싹 빌었다. 그러자 쥐는 기분이 풀어져서 장끼에게 콩 다섯 알을 주었다고 한다.
8.- 말 잘하고 징역 가랴 풀이:말을 잘 하면 어려운 처지에 빠지지 않는다.
연산군이 한강에서 호화로운 뱃놀이를 하는데 표공수라는 사람이 뱃놀이를 그만두는 게 어떠냐고 입바른 말을 했다. 연산군은 화가 나서 표공수를 물에 한참 집어넣었다가 꺼내놓고는 물 속에서 무엇을 보았느냐고 물었다. "예, 굴원이를 보았습니다." "그래, 굴원이가 뭐라고 하더냐?" "예예, 굴원이가 소신보고 말하기를 자기는 옹졸한 임금을 만나서 할 수 없이 들어왔지만 그대는 명군을 모시고 있으면서 어째 물 속에 들어왔느냐고 하옵더이다." 연산군은 이 말을 듣고 표공수를 더 이상 벌하지 않았다고 한다.
9.- 맥도 모르고 침통 흔든다 풀이:일의 요령도 모르면서 아는 척 덤빈다.
우리 몸에는 기가 흐르는 14개의 큰 맥이 있는데 이것을 경락이라고 하고, 이 경락 가운데 기가 뭉쳤다 흩어지는 중요한 지점이 365개가 있는데 이것을 경혈이라고 한다. 침은 이 경락 속의 경혈에다 놓는 것이다. 그러니 맥(경락)도 모르면서 침을 놓아주겠다고 침통을 흔들면 사람 잡기 딱 알맞은 것이다.
10.-먹기는 아귀같이 먹고 일은 장승같이 한다 풀이:먹기는 굶어죽은 귀신같이 먹고 일은 장승처럼 전혀 하지 않는다.
경부선 철도를 놓을 때 일본인 기술자들이 조선사람을 부리는데, 웃개(성과급)로 주면 돈을 더 벌려고 죽을 둥 살 둥 일을 하고 일당으로 주면 하루만 때우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일을 했으므로 "조선놈들, 웃개로 주면 죽을까봐 무섭고, 일당으로 주면 장승될까봐 무섭다."며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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