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속담풀이<다편>-11~21**

2011. 3. 30. 10:58″``°☆아름다운글/◈옛속담풀이


옛 속담풀이<다편>-11~21


11-도로 아미타불
    풀이:애써 한 일이 허사가 되었다.

     옛날에 한 사내가 노새를 끌고 가다가 얼음이 얇게 얼은 강을 건너게 되었다.
     얼음이 깨질까봐 입에서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무사히 강을 건너고 나니 마음에 없던 아미타불을 찾은 게 원통해서 죽겠다.
    "네에미, 떡할 놈의 아미타불이다."
     큰 소리를 치고 돌아보니 아뿔사, 손에 쥐고 있는 건 고삐 뿐이고 어찌된 셈인지 노새는
     아직도 강 저쪽에 있는 것이 아닌가. 사내는 별수 없이 도로 강을 건너가면서 빌었다.
    "도로 아미타불. 도로 아미타불."

12-독장수 구구는 독만 깨뜨린다
    풀이:허황한 계산은 저만 망친다.


     옛날에 독장수로 처음 나선 사내가 있었다.
     큰 항아리 작은 항아리를 지게에 잔뜩 지고 시장으로 갈까 하다가 너무 사람이 많으면
     쑥스러울 것 같아서 사람이 별로 안 다니는 산길에다
     지게를 받쳐 놓고 있자니 잠이 솔솔 온다.
     꼬박꼬박 졸면서 상상의 날개를 폈다. 만원짜리 독을 2만원에 팔고
     2만원짜리를 4만원에 팔고 4만원짜리를 8만원에 팔고, 팔고, 팔고 하다보니
     문득 억이 넘고 10억이 넘었다. 그래 10억이 생기면 뭐를 하지?
     우선 고래등같은 집을 한채 짓고, 그리고 뭐니뭐니 해도
     부자라면 첩이 하나쯤 있어야지. 암! 이쁜 첩을 하나 둬야지.
     그렇지만 마누라하고 첩이 싸우면 어떡하지? 그럴 때는 이년들을 그냥 팍! 하고
     발로 차는 시늉을 하다가 지게 다리를 차는 바람에
     독이 와르르 무너져 다 깨져버렸다는 얘기.

13-돈 주고 못살 것은 지개라
    풀이:부자들이 배 아파하는 것이 바로 이런 부분이다.
    세상에 돈으로 안되는 게 없는데 어째 저놈은 돈으로도 안될까?
   *지개:지조와 기개.

    옛날에 큰 부자가 있었다. 동네 사람들은 부자를 보고 굽신굽신했지만
    유독 한 가난뱅이만은 부자를 보고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부자는 기분이 나빠서
   "내 재산 십분지 이를 줄테니 절 한번 하라." 고 했다. 그러나 가난뱅이는
   "천만에 말씀, 내가 그깟 돈으로 고개를 숙여?" 하며 절을 하지 않았다.
    부자는 재산 반을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가난뱅이는
   "재산을 반씩 나누면 내가 당신과 동등한 위치가 되는데 내가 왜 고개를 숙여?"
    하며 요지부동이었다.
    부자는 할 수 없이 전 재산을 다 주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가난한 사람은
   "그러면 내가 부자니까 당신이 고개를 숙여야지!" 하더란다.

14-돌아가는 길이 질러가는 길이다
    풀이:막히면 애써 뚫으려 하지 말고 돌아가라. 그게 빠르다.

     옛날에 한 글방에서 선생이 아이들의 재간을 보려고
    "너희들 누구든지 방안에 있는 나를 밖으로 나가게 하면 상을 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아이들은 선생을 나가게 하려고 벼라별 말을 다 했으나 선생은 도무지 나가지 않았다.
     그러자 한 아이가 말했다.
    "선생님, 저는 선생님을 밖으로 나가게 할 수는 없어도
     밖에 있는 선생님을 안으로 들어오게 할 수는 있어요." 선생은
    "그래? 그럼 밖에 있는 나를 안으로 들어오게 해봐라."하며 밖으로 나갔다 그러니까 아이는
    "선생님, 선생님 밖으로 나갔습니다. 밖으로 나갔어요."하고 웃었다.
     선생은 아이의 재간에 감탄하고 상을 주었다고 한다.

15-동냥은 못줄 망정 쪽박은 깨지 마라
    풀이: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방해는 하지 마라.

     우리나라 어느 곳을 가든지 장자못이란 늪이 있고 거기에 얽힌 전설도 비슷하다.
     옛날에 한 장자(부자)가 살았다. 이 사람은 몹시 인색해서 제것이라곤
     아무것도 남에게 주는 법이 없었다.
     하루는 스님이 동냥을 왔는데 그때 마침 장자는 쇠두엄을 치고 있었다. 스님이
     동냥을 달라고 하니까 장자는
    "아나! 이것이나 받아가라."
     하면서 두엄을 쇠시랑에 떠서 중의 바리때에 담아줬다.
     스님은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집을 나갔다.
     그때 이 집 며느리가 이 광경을 보고 하도 안되어서 가만히 쌀을 떠서 스님한테 주었다.
     그러니까 스님은 며느리더러 뒤를 돌아보지 말고 무조건 따라오라고 했다.
     며느리는 스님을 따라가는데 갑자기 벼락치는 소리가 나서 깜짝 놀라 돌아보니
     집이 있던 자리는 물이 차서 큰 늪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며느리는 돌아보지 말라고 했는데 돌아보아서 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장자못 위 산에는 반드시 며느리 바위가 있다는 얘기.

16-동네 무당 용하지 않다
    풀이:가까이 있는 사람의 재주는 알아주지 않는다.

     예수가 자기가 자라난 나자렛에 가서 설교를 하자 동네 사람들은
    "저 사람은 그 목수의 아들이 아닌가? 어머니는 마리아요,
     그 형제들은 야고보, 요셉, 시몬, 유다가 아닌가?
     그리고 그 누이들은 모두 우리 동네 사람이 아닌가?"
     하고 수군거리며 예수를 도무지 믿으려 하지 않았다.예수가 이것을 알고
    "사실 어떤 예언자도 자기 고향에서는 환영받지 못한다."
     하며 옛 일을 예로 들어, 예언자를 알아보지 못하는 고장은
     복을 받지 못한다고 나무라자 회당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화가 나서
     들고 일어나 예수를 산 벼랑으로 끌고 가서 떨어뜨리려 했다.
     그러나 예수는 그들 한가운데를 뚫고 다른 동네로 갔다고 한다.

17-두더지 혼인
    풀이:분에 넘치는 상대를 고르다가 결국 자기 수준에 맞는 상대와 혼인 하는 것.

     옛날에 한 두더지가 세상에서 제일 높고 센 가문과 결혼하려고 해에게 청혼했다.
     그러나 해는 세상에서 제일 센 거는 내가 아니다. 
     난 구름만 만나면 빛을 잃으니 구름이 제일 세다며 사양했다.
     그래서 두더지는 구름에게 청혼했다. 그러나 구름은
     난 바람만 불면 날아가버리니 바람이 제일 세다며 사양했다.
     두더지는 바람을 찾아갔다. 그러나 바람도 내가 아무리 세게 불어도
     은진미륵은 끄떡도 않으니 은진미륵이 제일 세다며 사양했다.
     두더지는 은진미륵한테 갔다. 그러나 은진미륵은 나는 바람도 무섭지 않고
     다 무섭지 않지만 오직 내 발 밑을 파는 두더지가 제일 무섭다며 사양했다.
     그 말을 듣고 두더지는
    "천하에 우리보다 높은 것이 없구나!"
     하면서 결국 같은 두더지에게 청혼하더란다.

18-딸은 이쁜 도둑
    풀이:딸은 시집갈 때도 많이 가져가지만 시집간 뒤에도 기회만 닿으면
    친정에서 뭐든지 가져가니 도둑이요, 그래도 이쁘니 이쁜 도둑이다.

     옛날에 시집간 딸이 친정에 다니러 와보니 어느 방죽 안에 천하명당 자리가 났다며
     조상 묘를 이장하려 하고 있었다. 딸은
    "친정은 그러지 않아도 잘 사는데 우리 시집은 못 사니 그 묘자리를 주세요."
     하고 간청했다. 그러나 친정 아버지는 거절했다.
     딸은 밤에 몰래 묘자리 파논 데를 가서 신고 간 나막신에다 물을 퍼서
     지곽 안에 근근하게 물을 채워 놓았다.
     다음날 친정 아버지가 묘자리를 가보니 물이 흥근하게 괴어 있어서
     명당자리는 못 되는가보다 하고 다른 데다 묘를 썼다.
     그후 딸은 시집의 조상 묘를 거기다 썼는데
     시집은 차츰차츰 잘 살게 되고 친정은 점점 못살게 되었다.
     그후 친정 아버지가 이런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자기 딸이 한 노릇이라 그냥 내버려두었다는 얘기.

19-때리면 우는 척이라도 해라
    풀이:충고를 해주면 제발 듣는 척이라도 해라.

     옛날에 황천왕동이란 사람이 봉산 고을 이방의 사위가 되어서 장인의 덕으로
     장교 자리를 하난 얻어 구실을 다니는데,
     마침 호환이 나서 호랑이 잡으러 갈 사람을 뽑게 되었다.
     이방은 사위에게 호랑이 사냥은 위험하니까 병탈하고 가지 말라고 일러놓고는
     수교에게도 자기 사위를 뽑지 말라고 부탁을 해두었다.
     수교가 장청에 앉아 사냥갈 장교를 뽑는데 물론 
     이방의 사위 황천왕동이가 첫 손가락에 뽑히나 이방의 부탁을 받은 간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부터 뽑고 나중에 와서 이면 수습으로
    "황천왕동이!"
     하고 이름은 부르면서도 병탈하기를 기다렸더니, 천왕동이가
    "네."하고 대답한 뒤에 다른 말이 없었다. 수교가 이방의 부탁을 무이기가 어려워서
    "자네가 무슨 병이 있다지?"
     하고 물으니 천왕동이는 "아니요."하고 고개를 가로 흔들었다.
    "무슨 병이 있다고 자네 장인이 말씀하시데 그려."
    "꾀병하구 호랑이 사냥 나가지 말라고 말씀합디다."
     천황동이 말에 동무 장교들은 허리를 잡고 웃고 수교도
     억지로 웃음을 참느라고 입을 빼물었다.

20-떡국이 농간한다
    풀이:떡국은 나이를 한살 먹을 때마다 먹는 것. 나이먹은 값을 한다.

     신라와 백제가 싸울 때 얘기다.
     경주 북쪽에 부산성이라는 신라군의 산성이 있는데 이 산성은
     절벽을 이용해서 쌓은 성이라 백제군이 아무리 공격해도 함락되지 않았다.
     그런데 바람 불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밤 신라군 앞에
     어떤 할머니가 나타나 울면서 큰아들 들자고와 작은아들 '다자고' 가 신라군에 뽑혀서
     싸움터에 나간지가 일년이 넘었는데 보고 싶어 죽겠으니 좀 만나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군사들은 불쌍해서 할머니를 성 안으로 들여보내서 찾아보라고 했다.
     할머니는 군사들 있는 데로 돌아다니면서
    "들자고야! 들자고야!"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 할머니는
     밤새 들자고야를 부르며 돌아다니다가 날이 히부룩하게 새며 신라군들이 다 자니까
    "다자고야! 다자고야!" 하고 외쳤다.
     이 소리를 듣고 백제군은 물밀듯이 들어와 성을 함락시키고 말았다.
     들자고야는 신라군이 아직 덜 자고 있다는 신호였고 다자고야는 신라군들이 다 잔다는
     신호였다. 그래서 이 고장 사람들은
     아직도 그 할머니를 앙큼할미라고 부른다 한다.

21-떡 줄 놈은 생각도 않는데 김치국부터 마신다
     풀이:상대편에서는 전혀 관심도 안 두는데 혼자 일이 다 된 것처럼 나부댄다.

     양녕대군은 태조의 첫째 아들로 일찍이 세자에 책봉되었지만
     아버지 태종이 세째 왕자인 충녕대군(나중의 세종대왕)에게
     왕위를 전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고는 세자 자리에서
     물러나려고 일부러 미친 체하고 해괴한 짓을 했다.
     그러자 둘째인 효녕대군은 세자 자리가 자기한테 올 것이라 지레 짐작하고 부왕한테
     잘 보이려고 몸가짐이며 말씨를 각별히 조심하고 글도 열심히 공부했다.
     양녕은 효녕이 떡 줄 놈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치국부터 마시는 짓을 하는 것이 아니꼬와서 하루는 효녕을 걷어차면서
    "충녕을 모르냐?" 고 했다.
     효녕은 그제서야 사태를 알아차리고 절에 들어가서 북만 쳤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