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속담풀이<마편>-11~20
11.- 먹자는 귀신은 먹여야 한다 풀이:먹자고 달려드는 사람은 먹여야 한다. 해달라는 대로 해주자는 뜻.
옛날에 신임 사또가 부임하면 으레 백성들에게 소 잡는 일, 술 담그는 일을 엄하게 금했는데 이런 것은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한다. 고기를 먹고 술을 마시겠다는데 무슨 수로 말릴 것인가?
12.- 먹지 않는 종 풀이:이 세상에 없는 물건.
옛날에 한 사내가 양식 대기가 힘이 들어서 마누라를 쫓아내고 밥 안 먹는 여자를 새 마누라로 얻었다. 새 마누라는 입이 병어 입처럼 쪼그매서 숟가락도 안 들어갔기 때문에 밥 먹는 모습을 전혀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양식은 자꾸만 없어져서, 이거 참 이상하다 생각하고 하루는 나무하러 가는 척하고 숨어서 봤다. 그랬더니 이 마누라는 몰래 밥을 해가지고 뒷 뚜껑을 따고 머리 속에다 밥 덩어리를 꾹꾹 처넣더란다.
13.- 먼저 배 탄 놈 나중 내린다 풀이:먼저 배를 탄 사람은 안쪽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내릴 때는 나중에 내리게 된다. 서두르지 말라는 뜻.
옛날에 경상도 사천에 사또로 부임해가는 일행이 서빙고에서 배를 탔다. 배가 막 떠날 즈음에 한 여자가 마지막으로 타는데 보니 장옷을 머리에 쓰지 않고 척척 개어서 타는 폼이 아무래도 술집 여자 같다. 사또가 심심하던 차에 수작을 걸었다. "마누라 어디 살어?" "과천 승방동(지금의 사당동) 삽니다." "그래, 뭐 하고 살지?" "술장수 영업합니다." 사또는 자기 짐작이 맞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서방 성이 뭐야?" "백가올시다." "흠 백가라. 백서방 거느릴 만하군." 서방을 백명이나 거느릴 만하다고 했으니 분명히 욕이라 여자가 은근히 뿔이 나서 사또 마누라가 탄 가마 문을 썩 들치며 한마디 했다. "아씨 잘 생겼네. 사천 영감 모실 만하군." 영감을 사천명이나 갈아댈 만하다는 뜻이니 욕을 사십배로 얻어먹은 셈이라, 사또는 에구 망신이구나 하고 잠자코 입을 다물었다. 배가 동작 나루에 닿자 맨 나중에 탄 술집 여자가 맨 처음에 내리게 되었다. 여자는 내리면서 한 마디를 더 쏘아부쳤다. "여보게, 사천 동생 잘 가게." 사또는 화가 나서 물었다. "왜 내가 동생이야?" "저렇게 무식한 것이 어떻게 정사를 해? 같은 배에서 내가 먼저 나왔잖아!" 점잖은 체면에 쫓아가서 때려줄 수도 없고 사또는 말 한마디 잘못 걸었다가 술집 여자에게 개망신을 당했다고 한다.
14.- 명태 한 마리 물고 딴전 본다 풀이:명태 한 마리를 입에 물고 명태 장사를 하는 척 하면서 사실은 다른 장사를 한다. 벌려놓은 일보다 더 중히 여기는 딴 일이 있다는 뜻. *전:가게.
옛날에 한 사또가 부임하자마자 그 고장의 특산품인 비단을 사들여 손수 자로 쟀다. 시비들이 병풍 사이로 엿보고 "뜻밖에 오늘 우리가 일개 비단장사를 섬기게 되었구나!" 하고 한탄하더란다.
15.- 모르는 게 약 풀이:어설프게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게 약.
옛날에 유식한 사람 둘하고 무식쟁이 하나가 길을 가다가 메추리 한마리를 잡았다. 그러나 구워서 먹으려고 보니 양이 너무 작아서 한 사람이라도 배불리 먹는 것이 낫겠다 싶어 '구'짜를 세번 써서 먼저 글을 짓는 사람이 다 먹기로 했다. 유식한 사람 둘은 글을 짓겠다고 흥얼흥얼 하는데 무식쟁이야 글을 모르니까 무조건 고기를 집어 와작와작 깨물어 먹으며 "글이구 뭐이구 먹구 보자." 하더란다.
16.- 못난 놈 잡아들이라면 없는 놈 잡아간다 풀이:제 아무리 잘났더라도 돈이 없으면 못난 놈 취급을 받는다.
말 잘하는 장의가 초나라에서 가난하게 살 때 얘기다. 정승 소양이 산에 놀러갔다가 천하의 보물인 화씨지벽을 잃어버렸다. 그날 소양을 따라 간 사람이 백명이 넘었지만 유독 장의만이 의심을 받았다. 그 이유는 단 하나 가난하기 때문이었다. 장의가 죽도록 두들겨맞고 와서 아내에게 "내 혀가 있소, 없소?"하고 물은 것은 유명한 얘기.
17.- 명주옷은 사촌까지 덥다 풀이:한 사람이 부귀하면 가까운 친척까지 덕을 본다.
영조 때 정상순은 평안감사로 지내는 2년 동안 한번도 연광정에 오르지 않을 정도로 청렴했는데도 친지 40여호를 먹여 살렸다고 한다. * 연광정:평양 대동강 가의 절벽 위에 있는 정자. 얼마나 경치가 좋은지 명나라 사신 주지번이 천하제일강산이라는 여섯 글자를 제 손으로 써서 현판을 걸었다. 또 고려 때 시인 김황원이 시상이 막혀서 시를 끝내 짓지 못하고 통곡한 곳으로 유명하다.
18.- 못난이 열명의 꾀가 잘난이 한명의 꾀보다 낫다 풀이:대중의 지혜가 뛰어난 개인의 지혜보다 낫다.
옛날에 어떤 할머니가 팥밭을 매고 있는데 백호가 내려와서 잡아먹겠다고 했다. 할머니는 "나는 팥죽을 제일 좋아하니까 팥죽이나 쑤어 먹은 다음에 잡아먹어라."고 했다. 백호는 그렇게 하라며 잠시 물러갔다. 할머니는 집에 와서 팥죽을 한 가마 쑤어 놓고 먹으려고 하는데 백호한테 잡혀 먹힐 거를 생각하니 슬퍼서 먹지 못하고 울고 있었다. 그때 막대기가 들어와서 왜 우느냐고 물었다. 백호가 날 잡아 먹으려고 해서 슬퍼서 운다고 했다. 그러니까 막대기가 "나 죽 한 사발 주면 못 잡아먹게 하지."하거든. 그래서 할머니는 죽 한 사발을 주었다. 막대기는 죽을 다 먹고 샛문 위에 올라가 있었다. 그 다음에 멍석이 와서 죽 한 사발을 주었더니 멍석은 죽을 먹고 뜨락에 가서 펼쳐졌다. 그 다음에는 지게가 와서 죽을 먹고 뜨락에 가서 섰다. 그 다음에는 송곳이 와서 죽을 먹고 부엌 바닥에 섰다. 그 다음에 달걀이 와서 죽을 먹고 아궁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 다음에 자라가 와서 죽을 먹고 함지 안에 숨었다. 그 다음에는 개똥이 와서 죽을 먹고 부엌 바닥에 드러누웠다. 조금 지나서 백호가 와서 "어 추워. 어 추워."하며 부엌 아궁이로 가서 불을 쪼이려고 했다. 그랬더니 달걀이 탁 터져 나와서 범의 눈에 가 맞았거든. 백호가 깜짝 놀라서 부엌 바닥으로 물러나다가 그만 송곳에 찔렸다. 백호는 또 놀래서 바닥을 탁 짚으니까 개똥이 물큰하고 묻어서 "에이 티껍다 에이 티껍다."하면서 물에 씻으려고 함지에 손을 넣었다. 그러니까 자라가 손을 칵 물었단 말이야. 백호는 또 놀래서 샛문턱에 앉으려 하니까 막대기가 내려와서 머리통을 마구 까는 바람에 그만 죽고 말았다. 백호가 죽으니까 멍석이 와서 뚜루루 말고 지게가 지고서 한강에 갖다 버렸다고 한다.
19.- 무식한 도깨비 부적을 모른다 풀이:보통 도깨비는 부적을 보면 도망가지만 무식한 도깨비에겐 부적도 소용이 없다. 미련하고 답답한 놈은 사리를 모르기 때문에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
옛날에 미련한 사람이 어떤 산 밑에서 그럭저럭 살고 있었다. 그 산의 산신령이 미련한 놈이 거기 살고 있는 것이 못마땅해서 일부러 찾아가서 "저 산은 나쁜 산이라 당신이 여기서 살아봤자 돈도 못 모으고 다복스럽게 살지도 못하니 다른 곳으로 이사가는 것이 어떻소?"하고 떠봤다. 그러나 미련한 놈은 "이 산이 나쁜 산이라면 아마도 이 산에 잇는 산신령이 나쁜 산신령일 거요. 그 나쁜 산신령을 쫓아내면 되지 않겠소?"하고 엇자로 나왔다. 산신령이 하도 같잖아서 물었다. "어떻게 산신령을 쫓아낸단 말이오?" "이 산을 파내서 산을 없애버리면 산신령도 쫓겨날 것 아니오?" "아니, 당신 혼자서 무슨 수로 산을 파내서 없앤단 말이오?" "아, 그야 아침 저녁으로 한 삽 한 삽 파내면 제 아무리 높은 산이라도 없어지지 않겠소?" "아침 저녁으로 파낸다 해도 당신 생전에 다 파낼 것 같소?" "그야 내 평생에 못 다 파내면 아들이 파내고 아들이 못 다 파내면 손자가 파내고 손자가 못 다 파내면 증손자 고손자 대대로 파내면 이 산이 없어지지 별 수 있소?" 산신령은 기가 막혔지만, 이 미련한 놈이 정말 산을 다 파낼 것 같아서 그 산을 떠났다고 한다.
20.- 무식한 벗은 원수 못지 않게 무섭다 풀이:무식한 친구는 제 딴에는 잘해준다고 하는 일이 친구를 해치는 수가 많으므로 원수보다 더 무섭다.
옛날에 성급한 사람하고 미련한 사람하고 잊기 잘 하는 사람하고 이렇게 셋이 길을 가는데, 벌이 날아와 성급한 사람 머리를 쏘았다. 성급한 사람은 화가 나서 벌을 죽이겠다고 쫓아갔다. 벌은 고목나무 구멍으로 들어갔다. 이놈은 벌을 잡으려고 나무 구멍으로 머리를 틀어박았는데 구멍이 작아서 더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오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머리가 꼭 박혀 빠지지를 않아서 발버둥을 쳤다. 미련한 놈은 이걸 보고 머리를 빼내주겠다고 잡아당겼는데 얼마나 힘껏 잡아당겼는지 모가지가 떨어지고 몸뚱이만 나왔다. 잊기 잘하는 놈이 이걸 보고 "이 사람 아까 올 적부터 모가지가 없었는가?" 하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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