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미와 구역질과 저 구름과
비 오는 밤의 정전과 미친 봄날 한 조각과
들찔레와 여우 소리와 저 나비와
시궁창의 쥐새끼와 고양이의 파란 눈빛과
번개와 이슬과 물거품과 파도와 그림자와
너의 오온과 너의 아름다운 사대와
너의 색성향미촉법과
나를 나이도록 도와주지 않은 것이 있던가
이제 가만히 꺾어라 너의 손 저 아름다운 각도로
-시집 ' 모래의 밥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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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준옥=1957년 부산 출생.
2001년 '시와사상' 등단.
아름다운 일상의 풍경을 바쁘다는 핑계로 놓치고 사는 현대인들, 현대는 점점 더
바쁘게 살기를 요구한다. '나'를 '나'이도록 휘몰아치는 상념들이 잠깐만 돌아보면
우리의 다채로운 주변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러면서 시인은 '반야심경'이
'나'를 이끄는 근원의 힘이라고 우회하여 말한다.
사유 즉 느낌이나 소리 냄새 맛 감촉은 내 안에서 일어나는 것, 명상에 들고 있는
반가사유상의 편안함은 잠시 쉬어가는 마음에서 온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들이여! '이제 나를 열어젖혀라' 나를 '나'이도록 쉬어가게 하는 것들에게
이제 고맙다고 먼저 손을 내밀자.
권정일·시인 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