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처에서 맑은 눈을 또록또록 뜬 채 바다에 나간
어미를 간절히 기다리던 달랑게 한 마리도
산산조각 나 그 뼈가 공중에서 하얗게 흩어지는 것을
사제들도, 주민들도 똑똑히 지켜보았습니다.
이제 방파제를 넘어 사납게 울부짖는 강정바다는
더 이상 어제의 그 바다가 아닙니다.
하나님도 어미 달랑게도
그것을 너무도 잘 아실 것입니다.
-이시영 (구럼비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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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영=1949년 전남 구례에서 출생.
196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만월』 『바람 속으로』 外에 다수 있음.
1996년 제8회 정지용문학상
1998년 제11회 동서문학상을 수상.
한국 작가회의 이사장.
자연 생태계의 보존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절체절명의
지상과제다.한번 훼손된 자연의 원형은 영구히 복구 불가능하다. 그동안 제주도는
생태환경을 보존하기 위하여 최대한 개발을 억제해 왔다.
강정마을의 구럼비 바위는 제주 해안을 둘러싸고 있는 화산석으로 된 바위다.
이 화산석에는 까마귀쪽나무가 자라고 있어 이 나무의 제주도 방언인 구럼비란
이름을 따 구럼비란 말이 붙게 된 것이라 한다. 제주도가 없는 우리나라는 상상조차
하기 싫다.
육지에선 볼 수 없는 풍광, 남제주의 온대성 기후와 식물들을 만나는 것은 제주
여행의 참맛이 아니겠는가. 이 천연 요새에 느닷없는 해군기지라니 어이가 없어도
한참이다. 구럼비에서 놀며 바다에 나간 엄마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던 달랑게가
발파작업으로 인해 풍비박산이 되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 참혹한 현실 앞에 시인은
오열을 금치 못한다.
이해웅 시인
busan.com-2013-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