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미 생태찌개
-고두현- 마포 용강동 옛 창비 건물 맞은편에 진미 생태찌개집이 있는데요 일일이 낚시로 잡아 최고 신선한 생태만 쓴다는 술 마신 다음날 그 집에 사람들 모시고 가면 자리 없어 한 시간쯤 기다렸다 먹기도 하는데요
한 사람은 거참 좋다 감탄사를 연발하고 또 한 사람은 아무 말없이 숟가락질 바쁘고 다른 한 사람은 감탄사와 말없음표 번갈아 주고받다 이 좋은 델 왜 이제야 알려주느냐고 눈 흘기며 원망하는 집이지요
가끔은 생태 입에서 낚싯바늘이 나오기도 한다는 그 집 진미 생태찌개처럼 싱싱하고 담백하면서 깊은 맛까지 배어나는
한 사람이 그 양반 참 진국일세 칭찬하고 또 한 사람이 아무 말이 필요 없는 사람이라 하고 다른 한 사람은 왜 이제야 만났느냐고 눈 흘기는 그런 사람이 바로 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그 집을 저는 아주아주 좋아합니다
- 시집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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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1963년 경남 남해 출생. 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늦게 온 소포' 등.
몇 년 째 벼르면서도 아직 가보지 못했다. 지금은 한국작가회의 사무실로 바뀐 용강동
그 건물 맞은편에 있다는 집. 싱싱하고 담백하면서 깊은 맛까지 내기가 어디 쉬운가.
널린 게 식당이고 걸리는 게 사람이라도 어쩌다 진국을 만나는 일이란 또 얼마나 살맛
나는 행운인가. 하지만 가장 어렵고도 복된 일은 내가 누군가에게 진국이 되는 일. 왜
우리 이제야 만났느냐고 눈 흘김 당하는 그런 사람이 바로 나였으면 정말 좋겠다.
고증식·시인 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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