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죄가 될 수 없듯이
집 없는 설움은 오히려 사치랍니다
한때는 재산목록 1호 였던 집
보증이나 담보로 주인을 포박하고
고개 숙인 남자들을 거느리고
대명천지 당당하게 버티고 섰던
오호 통재라!
집이 사람을 만든다
-부산작가사화집 '징소리 가득한 저녁'-
----------------------------------------------------------
▶이상개=1941년 일본 고베에서 태어나
경남 창원에서 성장. 1965년 '시문학' 등단.
시집 '파도꽃잎' 등.
이사철이다. 전세가는 천정부지로 올라가는데 매매는 뜸하다 한다. 아파트는 한 때
분양권 받아 프리미엄 붙여 되팔아 한 재산 불리는 수단이었다. 큰 시세차익이
생기므로 대출받아서라도 큰 집 분양받는 것이 유행이었다. 불경기에 금융위기에
시세차익은커녕 팔리지도 않는다면, 이자 내랴 원금 갚으랴 집이 애물단지가 된다.
집이라면 모름지기 '절망도 보석처럼 닦아내야' 할 것을, '주인을 포박하고 고개
숙이게' 한다면 집이 아니라 감옥일 것이다. 집이 주인이요, 사람이 집의 노예가 되는
형국이다. 집이 소유를 통한 재산증식의 수단에서 본래 존재이유인 삶으로 옮겨가는
시대상이 읽힌다. 내 이름으로 등기한 집이 내 집이 아니라, 전세든 원룸이든 분수에
맞게 행복하게 사는 집이 내 집일 것이다. 소유냐 거주냐, 그것이 문제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