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을 받아쓴다고
백일홍꽃을 다 받아쓰는 것은 아니다
사랑을 받아쓴다고
사랑을 모두 받아쓰는 것은 아니다
받아쓴다는 것은
말을 그대로 따라 쓰는 것일 뿐,
나는 말의 참뜻을 받아쓰지 못한다
(중략)
햇빛의 참말을 받아쓰는 나무며 풀, 꽃들을 보며
나이 오십에 나도 받아쓰기 공부를 다시 한다
환히 들여다보이는 말 말고
받침 하나 넣고 빼는 말 말고
모과나무가 받아 쓴 모과 향처럼
살구나무가 받아 쓴 살구 맛처럼
그런 말을 배워 받아쓰고 싶다
-계간 '시에' 2010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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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석= 1961년 충남 금산 출생.
1985년 "현대시조" 봄호 등단
시집<이중창문을 굳게 닫고><사랑엽서>
<나는 빈 항아리를 보면 소금을 담아 놓고 싶다>
<어둠을 묶어야 별이 뜬다> <배경><고래 발자국>
나무들의 교실의 받아쓰기는 어떨까요. 햇빛 선생님의 말씀에 귀 기울인 모과나무는
공책에 모과향을 받아 적었습니다. 살구나무는 살구맛을 받아적었군요. 햇빛의 참뜻
을 나무의 방식으로 받아쓰면 이렇게 되는군요. 새콤달콤 받아쓰기에 색연필로 빨간
동그라미 다섯 개를 겹쳐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