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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같은 방
◇김소연◇
쌀 옆에는 운동화가 있다
생리대 옆에는 오렌지가 있다
과도 옆에는 상비약이 있다
팬티 옆에는 서류봉투가 있다
가방을 열어 변기를 꺼낸다
손수건을 열어 욕조를 꺼낸다
발바닥을 열어 슬리퍼를 꺼낸다
땡볕을 궁리하며
나날이 시커매진다
빨래를 궁리하며
나날이 더러워진다
솥을 들고
내 나라를 삶아
새로운 친분을 도모한다
(…)
혼자 앉아 계란 프라이를 먹어치운다
행주를 들어 내가 흘린 내 나라의 뉴스를 닦아낸다
모자가 이목구비를 먹어치운다
가방이 방을 먹어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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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1967~ ) 경북 경주에서 출생.
가톨릭대 국문과와 同 대학원 졸업.
1993년 《현대시사상》에 시 〈우리는 찬양한다〉
등을 발표하며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극에 달하다』
『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눈물이라는 뼈』와
산문집 『마음사전』등이 있음. 현재 ‘21세기 전망’ 동인.
가장 모순적인 곳이 현실 중력의 장이다. 어김없이 황혼 녘이면 그림자가 가자는 곳으로
가보고 있는(‘빛의 모퉁이에서’) 시인이 어김없이 돌아오는 그 장에서 모순이 점점 역동
으로, 정치적으로 깊어지고, 그 힘으로 정치 너머로도 깊어진다. ‘가방이 방을 먹어치’울
정도로. 그 대면을 위해 시인이 어김없이 돌아오는 것일 터. 이 시인은 처음부터 옳게
정치적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김정환·시인＞
joins.com/2015.01.26
http://blog.daum.net/kdm2141/5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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