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렛길
◇한기팔◇
하루 종일 바다가 와서 촐랑이는 야트막한 초가집 돌담 밖에 올렛길,
노란 유채밭길을 가노라면 멀리 눈 덮인 한라산(漢拏山) 머리
눈 녹는 소리에 하르르하르르 시나브로 지는 유채꽃 꽃잎 사이로 다복다복 솔나무 숲이 바라다보이고,
이따금 고기잡이배들이 하얀 물살을 가르는 푸르기만 한 쪽빛 바다가 나는 마냥 좋았다.
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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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팔=(1937~ )서귀포시 보목리 출생 1975년 ‘심상’ 지에 ‘원경’ 외 3편으로 신인상 수상 등단 시집 ‘서귀포’ 상재 이후 ‘불을 지피며’(1983), ‘마라도’ (1988), ‘풀잎소리 서러운 날’(1994), ‘바람의 초상’(1999), ‘말과 침묵 사이’(2002), ‘별의 방목’(2008), ‘순비기꽃’(2013) 등 시집 8권 발간제주도문화상, 서귀포시민상, 제주문학상 등 수상
제주도에는 봄이 왔나 보다. 지인들이 유채꽃밭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왔다. 쪽빛 바다 를 목도리처럼 두른 섶섬과 눈 덮여 이마가 하얀 한라산도 사진으로 찍어 보내왔다. 북향하며 봄이 올라오고 있다.
잔파도 소리가 야트막한 초가집 마당까지 밀려오고 있다. 돌담에는 고운 햇살이 쌓이 고 있다. 유채밭에는 누군가 노란 물감을 확 쏟아 놓았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한라산 높은 봉우리에는 눈이 쌓여 은빛으로 빛난다. 저 멀고 높은 한라산 눈이 녹는 소리에 이곳 유채꽃의 얇고 보드랍고 노란 꽃잎이 하르르하르르 떨어진다.
저 먼 제주도의 바다와 한라산과 벌판의 봄이 이곳까지 소포로 배달되어 오는 듯하다. 곧 아지랑이가 아물아물 피어오르고, 봄이 곳곳에 필 것이다.
문태준 시인 [가슴으로 읽는 시] Chosun.com/2015.02.27
http://blog.daum.net/kdm2141/5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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