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등
◇김사인◇
귀 너머로 성근 머리칼 몇을 매만져두고 천천히 점방 앞을 천천히 놀이터 시소 옆을 쓰레기통 고양이 곁을 지난다 약간 굽은 등 순한 등 그 등에서는 어린 새도 다치지 않는다
감도 떨어져 터지지 않고 도르르 구른다 남모르게 따뜻한 등 업혀 가만히 자부럽고 싶은 등 쓸쓸한 마음은 안으로 품고 세상 쪽으로는 순한 언덕을 내어놓고 천천히 걸어 조금씩 잦아든다
이윽고 둥근 봉분 하나
철 이른 눈도 내려서 가끔 쉬어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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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인=(1955~)충북 보은 출생 서울대 국문학과와 고려대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1982년 동인지 『시와 경제』의 창간동인 시집 『밤에 쓰는 편지』『가만히 좋아하는』등 제6회 신동엽창작기금(1987)과 제50회 현대문학상(2005) 현재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조금 휘어져 둥그스름한 뒷등을 보고 있으면 편안한 마음이 생긴다. 무엇이든 잘 들어줄 것 같고 후한 인심도 느껴진다. 아마도 먼 산의 능선처럼 부드러운 곡선 때문에 그럴 것 이다. 정말이지 그 등에서는 어떤 생명도 상처 입지 않을 것 같다. 순한 언덕인 그 등에 서는 꽃이 피고 새가 지저귀고 우주가 노래할 것 같다. 업혀 까무룩 잠이 들었던 내 어머 니의 등도 그러했다.
유순하고 따뜻한 사람은 맞이하고 위로하고 칭찬하고 격려하는 사람이다. 비록 스스로에 게는 모질더라도 세상을 향해서는 잘 익은 봄볕을 내놓는 사람이다. 스스로 봄이 되어 이 세계에 사랑의 온도를 높이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이 세계를 업고 갔으면 좋겠다.
문태준 시인 [가슴으로 읽는 시] Chosun.com/2015.03.06
http://blog.daum.net/kdm2141/5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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