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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 대 -신미나-
눈 쌓인 숲 속에 입김을 날리며 서 있었다 막내야, 부르니까 꿈속의 너는 몸을 돌려 나를 봤다
안전모를 옆구리에 끼고 우주복처럼 하얀 방진복을 입고 있었다
추우니까 이제 그만 집으로 가자 목도리를 씌우려고 했는데 너는 몸을 털었다
이상한 약 냄새가 풍겼다 어디로 갈 거냐고 했더니 코를 들어 언덕 위를 가리켰다
스위치를 올리면 클린룸의 불빛이 냉장고 속처럼 환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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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나=(1978~ )충남 청양에서 출생. 200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부레옥잠〉이 당선되어 등단. 시집 《싱고, 라고 불렀다》를 펴냈다. 현재 강릉대학 교육대학원에 재학 中.
아픈 시다. 오랜만에 만난 막내는 안전모를 옆구리에 끼고 하얀 방진복을 입었다. 노동이 그를 삼켰을까. 그는 우주인같이, 혹은 하얀 주검같이 낯설고 섬뜩하다. “추우니까 그만 집으로 가자”는 누나의 요청에 막내는 아무 응답도 하지 않는다.
어디로 갈 거냐고 물었더니, 코로 언덕 위를 가리킨다. 그리고 이상한 약 냄새를 풍기는 막내는 언덕 위로 걸어 사라졌다. 문명이 멸종시킨 야생 늑대도 저렇게 하나둘 사라졌을 것이다.
<장석주·시인> joins.com/2015.04.07
http://blog.daum.net/kdm21415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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