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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ure Is Beautiful - Daniel Kobialka
오체투지
◇이수익◇
몸을 풀어서
누에는 아름다운 비단을 짓고
몸을 풀어서
거미는 하늘 벼랑에 그물을 친다.
몸을 풀어서,
몸을 풀어서,
나는 세상에 무얼 남기나.
오늘도 나를 자빠뜨리고 달아난 해는
서해바다 물결치는 수평선 끝에
넋 놓고 붉은 피로 지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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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익=(1942~)경남 함안 출생.
196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고별〉<편지〉시 당선 등단.
시집<야간 열차><슬픔의 핵(核)><단순한 기쁨><그리고
너를 위하여><아득한 봄><푸른 추억의 빵>
<눈부신 마음으로 사랑했던> 외
한국시인협회상,현대문학상,정지용문학상 등 수상
누에는 몸을 풀어 비단을 잣고, 거미는 허공에 거미줄을 친다. 나는 몸을 풀어 무엇을
했나. 물 젖은 종이도 사생결단이다! “축축해진 두 몸이 혼신으로 밀착하여/ 한 쪽을
떼어내자면 또 다른 한 쪽이/ 사생결단,/ 먼저 자신을 찢어놓으라는 것이다.”
(‘이따위, 라고 말하는 것들에게도’) 하다못해 종이도 제 생리를 거스르는 힘에는 사생
결단으로 버틴다. 사생결단은 힘을 쓰는 것이고, 오체투지는 힘을 빼는 것이다. 오늘
사생결단도 오체투지도 없이 허송세월했으니, 저녁 한 끼라도 굶어야겠다.
<장석주·시인>
joins.com/2015.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