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라치다
◇함민복◇
뱀을 볼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란다고
말하는 사람들
사람들을 볼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랐을
뱀, 바위, 나무,
지상 모든
생명들
무생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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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1962~ )충북 중원에서 출생.
1989년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
1988년 《세계의 문학》에 시〈성선설〉발표하며 등단
시집으로 『우울씨의 일일』『자본주의의 약속』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말랑말랑한 힘』이 있고,
산문집은 『눈물은 왜 짠가』(이레)등이 있음.
뱀이나 개구리를 만날 때 사람들은 소스라친다. 그러나 뱀이나 개구리가 더 놀란다는
것을 사람들은 모른다. 뱀은 겁 많고 청각이 예민해서 작은 기척에도 소스라쳐 달아
난다. 뱀·바위·나무·하늘은 본디 그러함으로 늠름하니, 사람에게 그들을 놀라게 할 권리
는 없다.
뱀에게 악업(惡業)의 굴레를 씌우고, 간계와 교활의 낙인을 찍어 혐오를 조장한 게 누
구더냐? 바로 사람들이다. 종달새가 어여쁘다면 뱀도 그러할 것이다. 이 생령들을 사랑
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자. 그러면 즐겁고 활력이 솟는다. 뱀을 만나더라도 너무 호들갑
떨지 말자.
<장석주·시인>
joins.com/2015.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