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함부로 죽지 않는 것은
아직 다 자라지 않은 별들이
제 품 안에 꽃피고 있기 때문이다
죽음조차 제 품 안에서 평화롭기 때문이다
보아라, 하늘조차 제가 낳은 것들을 위해
늙은 목숨 끊지 못하고 고달픈 생애를 이어간다
하늘에게서 배우자
하늘이라고 왜 아프고 서러운 일 없겠느냐
어찌 절망의 문턱이 없겠느냐
그래도 끝까지 살아보자고
살아보자고 몸을 일으키는
저 굳센 하늘 아래 별이 살고 사람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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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근=(1966년~ )경북 문경에서 출생.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同 대학원 졸업.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상처적 체질』(문학과지성사, 2010)이 있음
자칭 ‘삼류 트로트 통속 야매 연애시인’이다. 엎어지고 깨진 연애가 많았던가, 특히 그의
연애시는 감미롭고 읽을 만하다. 그도 풍비박산(風飛雹散)을 겪고 풍찬노숙(風餐露宿)하
며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하던 시절이 있었다.
태어난 것을 자책하며 죽을 생각에 매달리던 그에게 용기를 준 건 하늘이다. 게으름이나
딴청 피울 줄 모른 채 여여(如如)한 하늘을 배우자고 청유한다. 하늘이라고 왜 아프고 서
러운 일 없겠느냐고, 어찌 절망의 문턱이 없겠느냐고. 저 굳센 하늘을 보며
끝까지 살아보자고!
<장석주·시인>
joins.com/2015.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