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도 그냥 가지는 않는구나
◆조정권◆
눈 어두운 사람
귀밖에 없어
비야 부탁한다 라디오 좀 틀어보렴
전국에서 목숨의 대행진이 벌어지고 있다
부탁한다
저 저수지같이 어두운 텔레비전도 켜보렴
필요하다면 네 이빨을 써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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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권(1949~ )서울에서 출생.
197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비를 바라보는 일곱 가지 마음의 형태』,
『시편』, 『허심송』, 『하늘이불』,
『산정묘지』, 『신성한 숲』 등
녹원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김수영문학상,
소월시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
여름이 깊어간다. 가리왕산 자연휴양림에도, 해운대에도 피서 인파들로 북적인다. 사람들
이 빠져나간 탓에 도심은 한적해진다. 공중엔 해, 땅엔 붉고 둥근 토마토! 토마토는 대지의
작은 태양들이다. 토마토를 깨물어 먹는 것, 파초 잎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는 것, 바닷물
에 몸을 담그는 것들은 여름의 보람 중 하나다. 땡볕 더위, 성가신 물것들, 잠 못 드는 열대
야는 여름의 불청객들이다.
여름이 무사태평하게 조용히 지나가는 법은 없다. 태풍이 가로수를 뿌리째 뽑고, 강물을 범
람시키며, 산사태를 일으키고, 풍랑으로 작은 배들을 뒤집어놓는다. 올해만은 제발 착한 사
람들이 ‘목숨의 대행진’을 벌이는 일 따위는 없었으면!
<장석주·시인>
joins.com/2015.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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