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주◆
내 손이 네 가슴으로 처음 들어갈 때
너는 기러기처럼 내 허리를 안고
날아오르려 했다
민란(民亂) 중엔 삶은 갓난아기 다리도 먹을 줄
알아야 한다는데
사내는 피가 산보다 질겨야 한다며
너는 내 살을 따라 살며
내 몸 뼈다귀를 만져주며 살고 싶다 한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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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주=1976년 7월 14일 광주 출생.
서강대학교 철학과 졸업. 2003년 대한매일 신춘문예 등단.
시집『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기담』『시차의 눈을
달랜다』를 냈으며 그밖의 책으로『패스포트』『밀어』『자고
있어 곁이니까』외 다수가 있다. 2009년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
아내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시다. 하지만 어지러움에 빠진 세상의 일단을 드러낸다. 민란이
라면 갓난아기라도 삶아 삼켜야 한다. 이런 끔찍한 시절을 제정신으로는 못 버틴다. 피가
산보다 질겨야 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숨결 얻어 태어난 자들은 세계와 공존하며 시간을
따라 흐른다.
그저 살아 있는 것은 물속에서 태어나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것에 불과하다. 삶은 그 이상이
어야 한다. 끔찍한 세상을 보다 낫게 바꾸도록 힘써야 한다. 우리보다 조금 더 하염없는
시인들은 무엇으로 이 혼란을 견디는가? 그들은 제 피로 시를 쓴다. 음풍농월은 안 된다.
시인들이여, 세상을 바꾸는 시를 써라!
<장석주·시인>
joins.com/2015.07.14
